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지난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 세계 주요 언론이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 영향력을 감안할 때 그야말로 빅 뉴스다. 74세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워싱턴DC 인근의 군 병원에 입원 중이다. 그는 3일 트위터 동영상을 통해 “몸이 좋아졌다고 느낀다”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돌아갈 것(I will be back)”이라고 했다. 상황이 심각하지 않고, 11월3일 대선에서 재선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코로나19에 확진된 각국 정상이 여럿 있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7월 코로나19에 걸려 3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그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를 ‘감기 수준’이라고 얕보거나 마스크를 기피하는 태도를 보였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3월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입원 치료 중 증상이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겨지기도 했다. 업무 복귀까지 한 달가량 걸렸다.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과테말라 대통령도 확진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로와 함께 조속한 회복을 기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쾌유 기원 위로 전문을 보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례적으로 “당신과 영부인이 하루빨리 완쾌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는 위로 전문을 보냈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3천500만명에 이른다. 사망자가 100만명을 넘었다. 유럽이 다시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고, 인도와 브라질에선 하루에 수만 명의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대수롭지 않은 감염병 정도로 치부해왔다. 기자회견과 대선 유세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거의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대선후보 TV토론에선 마스크를 착용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조롱했다. 이런 방심으로 지난달 백악관 행사에서 1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도 감염됐다. 방심은 화를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이 코로나19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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