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없는 보건교사들, ‘근로자 건강검진 업무 맡아라’ 부당한 지시 받아
정부가 올해부터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을 시설물 유지·관리 및 청소 업무 등의 현업종사자까지 확대 적용키로 했지만, 인천 교육계에서는 관리자 조차 정하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관리자 지정을 미루는 사이 일부 학교에서는 계약직인 보건교사를 관리자로 지정해 업무를 떠넘기려는 ‘갑질’까지 나오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1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따라 기존에 법적용을 받지 않던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외국인학교 및 대안학교에 재직 중인 현업종사자도 올해부터 1년에 1번씩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각 학교에 ‘근로자 일반건강관리 실시 안내’ 공문을 보내 관리자를 지정한 후 현업 업무(조리업무 및 시설물 유지관리, 경비 및 학생통학보조) 종사자들의 건강검진 사업을 하라고 했다.
일반건강관리 사업은 크게 3가지다. 관리자가 현업종사자에게 건강검진을 받도록 안내하고, 이후 진단 결과표 및 사후관리소견서 등 5년간 보관, 유소견자는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공문이 전달된 후 인천지역 일선 학교에서는 현업종사자의 건강검진 ‘관리자’ 지정을 두고 직열간의 분쟁이 일었고, 일부 학교에서는 계약직 보건교사에게 이 업무를 떠넘기고 있다.
인천 중구의 한 고교 보건교사 A씨는 “교감선생님이 공문을 주길래 ‘우리는 관리자가 될 수 없는 직군 아니냐’며 할 수 없다고 했다”며 “그랬더니 ‘그럼 내가 직렬을 바꿔서라도 이 업무를 하게 하면 된다’며 억지로 업무를 떠넘겼다”고 했다.
인천 계양구의 한 고교 보건교사 B씨는 “시설 관리 해주시는 분들을 우리가 관리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사후관리를 할 수 있느냐고 묻자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며 “학교를 옮겨야 될 수도 있다는 식의 말을 해 어쩔 수 없이 떠맡은 상태”라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의 특성에 맞춰 소속 직원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관리감독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현업종사자의 업무 직렬에 따라 이들의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업무환경을 개선해주거나 쾌적한 업무가 가능하도록 조정해줄 수 있는 책임있는 사람이 관리감독자로 지정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인근의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안전보건관리 조직도를 만들어 경기도교육감을 사업주로하고, 학교의 총괄관리감독자는 학교장, 산업안전업무관리자는 교육행정실장 등으로 정해둔 상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관리감독자 지정에 대해 직군별로 입장이 달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에 들어간 상태”라며 “다만 보건교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관리감독자가 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TF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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