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원이 법을 몰라 위법 저지른 셈”
중소기업과 수의계약을 맺은 뒤 법원장실 등에 고가의 중견기업 가구를 사들여 논란을 빚은 수원고등법원과 수원지방법원(경기일보 21일자 4면·23일자 4면 보도)이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판로지원법) 위반을 시인했다.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수원갑)·박주민 의원이 수원고등법원과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중소기업 제작 가구만을 구매할 수 있는 관련 법령을 위반해 중견기업 제작 가구를 구매하고, 수의계약 체결이 불가능함에도 관련 법령을 위반해 수의계약 체결의 방법으로 가구를 구매하였다는 점에 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밝혔다.
앞서 수원지법은 지난 2018년 10월30일 A업체와 사이에 수원고등법원, 수원지방법원의 법원장실 가구, 수석부장실 가구, 사무국장실 가구에 관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수의계약 체결 당시 계약상대방은 A업체였으나, A업체가 납품하기로 한 가구는 ‘B업체’ 등 다른 업체 제조 가구였다. 이후 A업체는 실제로 B업체 등 다른 업체에서 제조한 가구를 납품했다고 수원지법은 설명했다.
판로지원법 제7조 제1항, 제9조 제1항에 따르면 법원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인 ‘가구’를 구매할 경우 중소기업자의 직접생산 여부를 확인한 후 중소기업자간 제한경쟁 또는 지명경쟁 입찰에 따른 조달계약 체결의 방법을 따라야 한다. 수원지법은 “수원지법은 수의계약 체결 방법에 따라 ‘중견기업’이 제조한 가구를 구입, 위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인정했다.
수원지법은 이에 대해 “지난 2018년 4월경 조달청 나라장터 내지 경쟁입찰을 통해 각 가구를 구매할 것으로 계획이었으나, 예산배정이 다소 늦게 진행됐고, 수원고등법원 개원시의 근무 인원 및 재판부수가 다소 늦게 확정돼 법정가구 및 임원실 가구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수의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 지적대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2조의2는 계약체결, 계약이행 등에 관하여 공개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에 관해 사전에 미처 파악하지 못했고, 법원 예규 및 내규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여 기존 수의계약을 공개하지 아니했다”며 “향후 법원 홈페이지 등에 계약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수원지법에서는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교육 등을 통해 계약담당자들이 관련 법령 및 지침 등을 사전에 명확히 숙지하고 철저히 엄수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수원고법 역시 “수원고등법원의 법원장, 수석부장판사, 사무국장 등 임원실에 비치된 가구의 구매절차에 있어 미흡한 점이 있다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느끼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이날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실무자는 물론이고 여 러 단계에 걸친 결재 라인에서 해당 사안이 위법인 줄 몰랐다는 게 선뜻 납득이 가질 않는다”며 “만약 해명이 사실이라면 법원이 법을 몰라서 위법을 저지른 셈인데, 판사 출신으로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지적했다.
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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