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신화쓰고 위기를 기회로… 경기도를 반도체 메카로 만들다
반도체 신화쓰고 위기를 기회로… 경기도를 반도체 메카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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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빠르고 과감한 판단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에 대한 아무런 지식과 경험이 없던 삼성이 ‘반도체 시장 1위’라는 신화를 쓸 수 있었던 저변에는 그의 역할이 컸다. 특히 지난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압축되는 ‘신경영’을 선언, 삼성의 제2 창업을 주도하면서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기반으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초석을 다지기도 했다. 또 반도체 산업을 수원과 용인, 화성 등의 대표 산업으로 키우면서 경기도를 ‘반도체 메카’로 자리잡게 하는데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생전 이 회장과 삼성이 함께 했던 중요한 순간들을 정리해본다.

■역발상이 만들어낸 반도체 신화
1987년 4메가 D램 개발 경쟁이 붙었을 때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개발 방식을 스택(stack)으로 할지, 트렌치(trench) 방식으로 할지 결정을 해야 했다. 스택은 회로를 고층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 트렌치는 밑으로 파 내려가는 방식이다.

당시 전문경영인들이 처음 시도하는 기술인 스택 공법을 도입하는데 주저하자 이 회장은 “지하로 파는 것보다 위로 쌓는 게 쉽지 않겠냐”면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 회장의 결정은 대성공으로 이어졌고, 트렌치 방식을 택했던 경쟁업체는 삼성전자에 밀려났다. 엔지니어 감각을 지닌 이 회장은 이후 각종 제품 개발에서도 직접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마누라ㆍ자식 빼고 다 바꿔”… 신경영 선언
1993년 6월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이 회장 앞으로 삼성 사내방송팀이 제작한 30분짜리 비디오 테이프 하나가 전달됐다. 당시 비디오 테이프에는 세탁기 생산라인 직원들이 세탁기 뚜껑 규격이 맞지 않자 칼로 뚜껑을 깎아내 본체에 붙이는 장면이 담겼다.

충격을 받은 이 회장은 사장과 임원을 모두 독일 프랑크푸르로 소집시켰다. 그해 6월7일 이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꿔라”는 말로 질책하며 ‘신경영’ 선언을 하게 된다. 양 위주 경영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질을 중심으로 양이 조화를 이루는 선순환의 경영구조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눈물의 화형식’… 휴대전화 신화 밑거름
신경영 선언 이후에도 1994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제품 출시를 무리하게 서두르다 불량률이 11.8%까지 치솟았다. 이에 이 회장은 1995년 3월9일 특단의 조처를 단행한다. 시중에 판매된 무선전화 15만 대를 전량 회수해 삼성전자 구미공장 운동장에 쌓아두고 임직원 2천여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불구덩이에 넣은 것이다. 당시 잿더미로 변한 무선전화는 150억 원어치 분량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그해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이후 세계적으로 성장해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를 먹여 살리는 양대 기둥으로 발전했다.

■세계 초일류 기업 기반, 경기도에서 닦다
반도체 산업이 경기도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자리잡게 된 데에도 이 회장의 역할이 컸다. 기업가로서 경기도와 남다른 인연을 맺은 이 회장은 수원과 용인, 화성 등지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틀을 다졌다. 경기남부권 도시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핵심으로 발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의 시작을 이끈 것은 이병철 창업주였지만 실제로 D램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일선에서 지휘하며 키운건 이 회장이다. 이 회장은 1993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전 세계 처음으로 8인치 웨이퍼 기반의 D램 양산라인을 구축했다.

특히 지난 2000년 준공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EUV 공장까지 갖추며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생산 기지로 떠올랐다.

■“삼성을 글로벌 거인으로”… 외신 긴급 타전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외신들도 긴급 뉴스로 타전하며 그의 생애와 삼성에 대해 조명했다.

AP통신은 이 회장에 대해 ”소규모 TV 제조사를 글로벌 가전제품 거인으로 변화시켰다“며 “약 30년간 삼성전자는 전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TV, 메모리칩 제조사가 됐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그는 소니 등 라이벌들에 도전하기 위해 혁신을 촉진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관련 소식을 전하며 “삼성전자는 오늘날 한국 경제의 주춧돌이며 전 세계에서 연구개발 투자지출이 가장 큰 기업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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