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마음의 세계를 옮기면

‘코이’라는 신기한 물고기가 있다. 어디에서 자라느냐에 따라서 크기가 달라진다. 어항에 두면 아무리 자라도 5~8㎝ 이상 커지지 않는다. 그런데 연못에서는 15~25㎝까지, 강에서는 90~120㎝, 더 넓은 곳에서는 2m까지 자란다고 한다. 어항에 살던 코이를 연못으로 옮기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조그만 어항에 살던 코이가 연못으로, 강으로 옮겨질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넓은 세계를 누리며 살게 될 것이다.

우리 마음의 세계도 코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어항처럼 자신의 좁은 마음의 세계에서 일평생 살다 가는 사람이 있고 연못이나 강물과 같은 세계에서 살다 가는 사람이 있다. 코이가 스스로 어항을 나와 연못으로 헤엄쳐 갈 수 없듯이, 사람의 마음도 좁은 곳에서 넓은 곳으로 스스로 갈 수는 없다. 이끌어주는 이, 즉 멘토가 있어야 한다.

행복한 가정에 어느 날 자폐증을 앓는 아이가 태어났다. 의사는 아이가 성장해도 지능은 초등학교 4학년생 이상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때부터 이 가정은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차가 달리는 도로에 느닷없이 뛰어들기도 하고 어딜 가든 소란을 피우기 일쑤라서 늘 수습하기에 바빴다. 삶은 엉킨 실타래처럼 됐고, 급기야 부부는 이혼의 위기 앞에 섰다.

그런데 부부에게 생각 밖의 이야기를 해준 사람이 있었다. ‘이 아이는 장애아가 아닙니다. 정상이라고 믿으면 정상으로 살 수 있습니다. 아버지부터 아이가 정상이라는 마음으로 옮겨보세요’ 그 말을 듣고 아버지는 생각했다. ‘내 마음 안에 아이를 ‘장애아’라는 틀 속에 가둬 뒀구나!’ 그리고, 장애아에서 정상아로 마음을 옮겼다.

놀랍게도 아이에게 ‘너는 정상이야’라고 계속 이야기해 주고 대하는 동안 아이는 변해갔다. 초등학교 때 전교회장을 하고 수영대회에 나가 상을 탔다. 남들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 중ㆍ고등학교 생활을 무사히 보내고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

필자도 사람들의 마음을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나 역시 한때는 나밖에 모르는 세계에서 살았고 그 결과는 실패였다. 하지만 남을 위해 사는 것의 행복을 아는 멘토를 만나면서 내 삶은 더 넓은 곳으로 마음이 옮겨졌다. 우리가 마음을 먼저 옮길 때 놀라운 변화가 시작된다. 이것이 내가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다.

이상준 코이인성교육원 대표/국제인성평생교육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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