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 뒤통수치고 900만원 가로챈 ‘간 큰’ 고딩들…일당 6명 전원 검거
보이스피싱 조직 뒤통수치고 900만원 가로챈 ‘간 큰’ 고딩들…일당 6명 전원 검거
  • 장희준 기자 junh@kyeonggi.com
  • 입력   2020. 10. 29   오후 6 : 02
  •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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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서부경찰서


“○○○씨,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합니다.”

미란다 원칙이 고지된 후 두 손에 수갑이 채워진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얼굴이 앳되다. 보이스피싱으로 피해자에게 900만원을 뜯어낸 사기범은 열여덟 살에 불과한 고등학생이었다. 범행에 가담한 일당은 총 6명. 이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로 갈취한 돈을 조직에 송금하지 않고 다시 가로채는 ‘간 큰’ 행보를 보였다.

수원서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A군(18) 등 6명을 검거해 A군 포함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 일당의 대장 노릇을 하던 A군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먼저 접촉해 일을 받아낸 뒤 전체적인 범행을 기획했다. 인터넷에 떠있는 ‘고액 알바’ 등의 미끼가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알고도 접근한 것이다.

이후 그는 여자친구 B양(17) 등 2명과 함께 범행에 나설 이들을 모집해 평소 알고 지내던 3명을 더 끌어들였다. 전달책이 된 C군(18) 등 3명은 피해자를 만나 돈을 대면편취하는 일을 맡았다.

피해자(58ㆍ여)는 기존 대출금을 갚으면 저금리로 더 많은 돈을 빌려주겠다는 이른바 ‘전환대출’ 수법에 당했다. A군 등 일당은 총 3천여만원의 피해액 중 900만원을 받아오는 역할이었다.

이들 일당은 지난 6월 안산시 상록구의 한 편의점 앞에서 어머니뻘인 피해자를 만나 현금 900만원을 받아낸 뒤 이번에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뒤통수를 쳤다. 원래대로라면 갈취한 돈을 환전소를 통해 중국으로 보냈어야 했지만 전부 꿀꺽 삼켜버린 것이다.

A군이 조직한 일당은 모집책 3명, 전달책 3명으로 각각 550만원, 350만원씩 나눠 가졌다. 이 고등학생들은 피해자가 애타게 찾아 헤맨 900만원을 술값 등 유흥비로 탕진해버렸다.

이 같은 범행은 전달책 C군이 지난 6월25일 경찰에 덜미를 잡히면서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실 관계를 파악한 경찰은 추적에 나섰고 4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이달 26일 마지막 남은 1명까지 검거했다.

계속해서 도망치다 마지막에 붙잡힌 전달책 D군(18)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지난 2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경찰은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범행에 나섰다는 점에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고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는 이유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이로써 최초 범행을 기획한 A군과 전달책 C군은 구속됐고 나머지 4명은 불구속에 그쳤다.

서영환 지능범죄수사팀장은 “날이 갈수록 보이스피싱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피해가 발생하면 112 또는 가까운 지구대나 파출소로 빠르게 신고해달라”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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