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청미천 일대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지난 25일 충남 천안시 봉강천 일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처음 나온 데 이어 3일 만이다. 양주시 상패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도 H5형 AI 항원이 확인돼 고병원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국내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이 나온 것은 2018년 2월 충남 아산 곡교천에서 H5N6형이 확인된 후 2년 8개월 만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고병원성 AI가 또 발생하자 방역당국과 가금류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용인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됨에 따라 반경 10㎞ 내 39개 농가 가금류 239만 수에 대해 3주간 이동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동제한 농가는 산란계 10농가, 종계 5농가, 육계 20농가, 토종닭 2농가, 종오리 1농가, 메추리 1농가 등이다. 용인시는 확진 지역 반경 10㎞ 이내를 ‘야생조수류 예찰’ 지역으로 설정, 축협 공동방제단과 농가 주변을 수시로 소독하는 등 방역을 강화했다. 아울러 철새 도래지에 차량 등의 출입을 금지하고, 전통시장에 당분간 가금류 판매를 중지시켰다.
AI는 닭·오리 등 가금류와 야생조류가 주로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 전염병이다. 국내에선 2003년 고병원성 AI가 처음 보고된 후 2~3년 간격으로 2018년까지 8차례 발생해 매번 수백억~수천억원씩 피해를 남겼다. 가장 피해가 컸던 2016~2017년에는 50개 시·군에서 383건이 발생했고, 전국에서 3천700만마리가 넘는 닭ㆍ오리가 살처분됐다. 경제적 손실이 1조원을 넘었고, 대량·밀집 사육시설을 중심으로 전국 양계농가가 초토화됐다.
AI가 한번 발생하면 순식간에 확산되므로 초반에 총력 대응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AI 바이러스는 축사내 먼지나 분변에서 5주간 생존할 수 있고 감염된 가금류의 호흡기나 분변에서 대량 방출돼 인근 농장 등으로 전파가 용이하다. 또 활동이 자유로운 야생조류가 옮기기 때문에 예방이 쉽지않은 만큼 닭·오리 등 방사 사육을 금지하는 등 방역 고삐를 단단히 조여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농가에 “언제든지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알렸다. 축산농가와 연관 산업 종사자들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국민들도 AI 발생지나 겨울철새 도래지 여행을 자제해 AI 확산을 막는 데 동참해야 한다. 방역당국은 AI가 반복되는 고리를 끊기 위해 근본적·장기적 대책을 계속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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