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대학입시 스펙 조작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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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소재 A학원은 2015년 말부터 입시컨설팅 전문학원을 운영했다. 이 학원은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대학 수시전형의 일종인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는 고교생을 모았다. 학원장 B씨는 학생별로 강사를 지정해 학생들이 각종 대회에 낼 논문과 발명보고서 등을 대신 작성하게 했다. 대필 대가로 한 건당 100만~560만원을 받았다. 학생들은 강사가 작성한 논문 등을 스스로 창작한 것처럼 대회 주최 측에 제출, 그 중 일부는 대회에 입상했다. 학생들의 수상 실적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됐다. 경찰이 학원 원장을 구속했다. 학원 관계자와 고교생 78명도 공정한 대회 심사를 방해한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학종이 대학입시 수시전형에서 비중이 크다보니 이런 비리가 생기고 있다. 수능시험을 더 많이 반영하는 정시 전형과 달리, 수시 전형은 대개 학교생활기록부 등에 적힌 사안을 토대로 평가해 ‘부모 찬스’로 스펙을 조작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학종의 명확한 합격기준이 애매하다보니 학부모들은 ‘입시 스펙은 고고익선(高高益善)’이라 생각해 ‘스펙 인플레이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각 학교의 재량과 담당 교사의 자유의지가 반영돼 학생 개인의 능력보다 다른 요소들이 가미될 수 있어 공정성 논란도 일고 있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종이 불신받는 것은 제도 특성상 부정 개입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입시용 스펙 조작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일상적 비리가 된 것 같다. ‘금수저’ 수험생들이 부모 재력과 인맥을 활용해 고교생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실적을 만들고 이를 스펙으로 내세워 명문대 입시 관문을 통과한 사례들이 알려져 허탈하게 한 사건이 종종 있었다.

단순한 문제 풀이 능력이 아니라 학생의 잠재력과 열정, 성실성까지 두루 평가하겠다는 것이 학종의 도입 취지다. 그러나 이를 평가하기 위한 자료의 진정성에 문제가 있다면 제도는 신뢰성이 떨어져 존립 근거를 잃게 된다. 교육당국과 대학은 학종 평가 자료의 진위를 정밀하게 판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고교 교과과정의 범위를 넘어서거나 학교 틀을 벗어난 활동과 실적은 입시에 반영하지 않아야 한다. 스펙 조작은 범죄행위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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