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선로 위 ‘극단적 선택’…경기지역서 올해 5번째

3일 오후 1시께 4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원 성균관대역 사고 지점. 장희준기자
3일 오후 1시께 4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원 성균관대역 사고 지점. 장희준기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승강장에서도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스크린도어 설치로 사망사고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수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께 수원 성균관대역 선로 위에서 A씨(49)가 달리는 무궁화호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해당 열차는 전북 익산을 목적지로, 성균관대역을 정차 없이 통과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CCTV 확인 결과 A씨가 승강장에서 선로를 향해 스스로 뛰어내린 뒤 열차를 보고도 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 중이다.

불과 16일 전 군포 금정역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8시30분께 금정역 상행 선로에 서 있던 B씨(45)가 구로행 전동차에 치어 사망한 것이다. B씨는 스크린도어가 끝나는 지점에서 스스로 철로에 들어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2주간 벌어진 두 건의 사고는 모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승강장이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만 성균관대역의 경우 일반 전동차가 정차하는 선로에만 스크린도어가 있고, 사고가 벌어진 지점의 경우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는 열차가 지나는 선로라는 이유로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았다. 금정역 역시 열차의 정차선에 맞춰 스크린도어가 설치됐지만 승강장 끝자락 3~4m 구간에는 높이 1m 정도의 펜스만 있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8년 광역ㆍ도시철도의 스크린도어 설치 등으로 10년 연속 사망사고가 꾸준히 줄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극단적 선택 시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날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 1~9월 발생한 철도 사망사고는 총 11건으로, 이 가운데 8건이 극단적 선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사고가 25건(극단적 선택 19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수치는 줄었지만, 여전히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70%를 넘고 있다.

특히 경기도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지난해 2건 모두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됐는데 올해 3건 역시 전원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최근 2주간 벌어진 사고까지 합산하면 올 들어 경기지역 철도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에 이른 경우만 5건이다.

이에 대해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38분에 1명씩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자살률이 매우 높다”며 “철도가 극단적 선택이 자주 이뤄지는 장소로 각인된 만큼 보다 세밀한 안전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고 펜스 등을 고의적으로 뛰어넘는 경우까지 일일이 막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성균관대역처럼 열차가 정차하지 않고 통과만 하는 선로는 스크린도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이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경기지역 승강장은 거의 100% 수준으로 스크린도어 설치가 완비된 상황”이라며 “안전시설이 미비했던 부분들을 파악해 정부 차원의 시설 개선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1393, 정신건강상담 ☎1577-0199, 생명의전화 ☎1588-9191, 청소년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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