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종사자도 물음표 던지는 ‘생활물류법’…화물업계 “입법 절대 반대”

택배종사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발의됐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서울 중랑을)이 대표 발의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활물류법)은 택배종사자의 과로 방지와 안전대책 마련을 규정하고, 택배업계를 국토부가 적극 관리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그러나 화물업계는 생존권 침해를 호소하며 입법을 반대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46만대에 달하는 사업용화물차가 운행 중이며, 경기도에는 전체 25%에 달하는 11만5천여대가 있다.

이들의 주요 반대 쟁점은 생활물류법으로 택배ㆍ배달 등 생활물류업에 등록제가 도입되고, 운송수단의 규정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현재 화물업계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화물자동차법)에 따라 증차량을 조절하는 허가제다. 공급기준심의위원회에서 물동량에 맞게 차량 증감을 조정해 시장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활물류법은 생활물류업 대상으로 등록제를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무제한 증차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화물업계의 우려다.

이어 화물업계는 생활물류법에서 규정하는 바가 ‘이륜자동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운송수단’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범위가 불분명한 해당 조항을 악용하면 비화물차ㆍ비사업용 등 모든 운송수단으로 화물운송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허가 없이 화물을 유상운송하는 행위는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단속할 방법은 없다.

염상빈 경기도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전무이사는 “무제한 증차가 이뤄지면 운임 하락은 물론 화물운송시장 전반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택배종사자 과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른바 ‘공짜노동’이라 불리는 분류작업인데 생활물류법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화물업계의 생존권만 침해한다”고 토로했다.

택배종사자들도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사업자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한 반면 책임과 처벌에 대한 규정은 부실하기 때문이다. 정작 안전배달료 등 노동자 보호 방안은 배제됐다. 김인봉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입법 취지와 달리 사업자 측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된 것 같다”며 “노동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대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현행법만으로는 택배종사자의 장시간 근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택배는 전통적 화물운송업과 달리 신속한 분류ㆍ배송을 위한 시스템이 요구되고 각 종사자가 개인사업자(특수고용직) 신분인 탓에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단계이며 확정된 것은 없다”며 “허가 없이 일반화물을 유상운송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법보다 강화된 처벌 조항이 신설될 예정인 만큼 화물업계의 우려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는 오는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기원(평택갑)ㆍ문정복(시흥갑)ㆍ박상혁(김포을)ㆍ조응천(남양주갑) 의원의 각 사무실에서 생활물류법 입법을 반대하는 집회를 예고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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