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美 외교 독트린과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1700년대 후반 미국의 건국 초기부터 외교정책을 축약적으로 표명하는 다양한 독트린은 국내외적으로 상황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모순되는 주장도 있지만 그런 맥락의 전개가 핵심이다. 46대 미국 대선이 끝나고 혼돈과 기대 속에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건국 초기 취약한 국력을 극복하고 국가의 존립을 확보하기 위해 고립주의를 주장했던 먼로 독트린에서 1차대전 이후 성장한 국가 위상을 바탕으로 국제적 역할을 강조한 윌슨 독트린으로 변화는 미국 외교정책에 가장 극적인 전환이다.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세계질서 아래 공산주의의 확산을 봉쇄하기 위한 트루먼 독트린, 그리고 미소 냉전의 양극체제 아래에서 중국과 데탕트를 주도한 닉슨 독트린은 미국 외교정책에서 거대한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다. 레이건 독트린은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적 호황 그리고 민주주의 제도의 힘으로 소련을 압박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고 냉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탈냉전 이후 세계 유일의 패권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테러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한다. 자유무역을 위한 경제적 국제주의와 달리 군사개입 전에 출구부터 확보하는 소극적인 태도로 정리되는 클린턴 독트린은 분쟁의 위험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느라 위협을 방치했다. 9·11 이후 테러와 전쟁을 주도한 부시 독트린은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테러 지원세력을 제거하는 명분으로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군사주의와 일방주의의 결합으로 나타났다. 동맹국의 참전을 강요하던 전임자의 딜레마를 우려한 오바마 독트린은 개입은 하되 미국의 모든 역량은 온전히 보존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제한적 군사개입과 다자주의를 통해 정치적·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신중론으로 전환했다.

트럼프는 오바마의 다자주의, 피봇투 아시아, 그리고 전략적 인내는 중국이 G2로 성장하는 것을 도와주고 북한의 핵 위협을 방치하는 정책실패로 규정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독트린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동맹국과 충돌도 불사하고 국제사회가 합의한 다자주의 규범도 무시하는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 예외주의를 넘어 일방주의를 정당화했다. 미국의 외교 독트린을 정리하면 탈냉전시기까지는 상황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나갔던 과정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 다음, 테러와의 전쟁에서 출구전략까지는 군사력에 의지했지만, 점진적으로 국력이 쇠퇴하는 과정이다. 트럼프 독트린은 미국의 재기를 위한 새로운 접근으로 중국에 문제제기는 했지만 동맹의 신뢰는 잃었다는 점에서 성공보다는 좌충우돌에 가깝다.

바이든 행정부는 근시안적인 미국 우선주의를 버리고 국제사회가 합의한 규범을 지키고 동맹을 존중하는 자세로 “세계를 다시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미국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제질서라는 공공재”를 동맹국과 합의를 통해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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