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엄미술관, 다음달 20일까지 신영옥展 개최

산곡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요소로 자본과 산업이 지목되면서 기술이 진보하는 속도만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자연의 소중함과 더불어 개인의 기억과 일상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모은다.

화성 엄미술관은 원로 섬유공예가 신영옥 작가를 조명하며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전시장을 메운 <신영옥, 달아달아~ 기억의 향기가 너를 불러 꿈을 꾼다>전을 다음달 20일까지 연다.

신 작가는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인 섬유공예가다. 한지를 비롯해 삼베, 모시, 식물의 줄기 등 자연에서 유래한 물성을 이용해 수공이 강조된 기법으로 작품을 만들어왔다. 이를 방증하듯 그의 작품은 자연과 느림, 사색과 성찰, 여백, 사소한 기억의 재조명 등 현대사회의 그늘에 가려진 가치를 전달한다.

대표작으로 한지로 제작된 <책가도>는 지난 2008년 미국 메트로폴리탄에서 열린 <미와 학습: 한국의 병풍>展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설치작품인 <지혜의 길>은 필라델피아 박물관에 소장되기도 했다.

▲ 월명
월명

이번 전시에서는 <산곡>이 대표작으로 지목된다. 이 작품은 전통 장판지에 닥나무 껍질을 콜라주해 산의 능선을 표현했다.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설치작품으로 중첩된 산의 능선을 보여준다. 작업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산악인 허영호의 자서전을 읽고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어 흥미를 더한다. 금강산을 작가의 조형감각으로 재구성한 작품 <월명>도 대표작 중 하나다. 철거된 오래된 가옥의 벽지를 뜯어내 콜라주와 스티치로 작업했다. 고서화에 등장하는 금강산의 기이하고 아름다운 형세를 매우 관심있게 보고 자신만의 창조적인 금강산을 표현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오는 28일 오전 10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한지공예/줌치기법 배우기>가 열린다. 한지공예 기법인 줌치기법을 작가가 직접 시연하며 함께 제작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변화의 속도가 강조되는 하이퍼테크놀로지 시대에 우리의 잊혀져가는 전통 한지 공예 기법을 접해보고 수공예의 고유한 느림의 미덕과 소박한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게끔 한다.

미술관 관계자는 “신 작가의 작업은 작가의 개인적 기억, 일상과 관련된 추억 등에서 발현된 정서와 그 내러티브를 통해 따뜻한 온기를 불러일으키며 회상의 공감을 자아낸다”라며 “이를 통해 우리의 기억과 일상이 주는 행복함과 온기를 경험하고 전달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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