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중전화, 없애자

낙전수입(落錢收入)이란 게 있다. 정액 상품에서 구매자가 제공량을 다 쓰지 않아 떨어지는 부가수입을 말한다. 정액 상품을 판매한 기업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이 낙전수입이 공중전화에서 주목받던 시절이 있었다.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전의 일이다. 50원, 100원 주화를 사용하면서 낙전수입이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그 수입 규모가 상당했을 것이다. 한국통신(KT 전신)의 대외비였다.

그 공중전화가 급격히 줄었다. 전국적으로 보면 2019년 현재 3만7천대다. 2000년 14만여대, 2010년 9만여대였다. 휴대전화 보급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다. 경기도에 남아 있는 공중전화 부스는 4천600여대다. 줄을 서서 대기하던 모습은 흑백 필름 속 과거사가 됐다. 전체 70% 공중전화의 월 매출이 1만원 이하다. 인상된 통화료를 감안하면 사용자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옳다. 쓰레기 더미로 뒤덮인 공중전화도 흔히 보인다.

고민해 보자. 계속 존치해야 하는가. 휴대전화 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지 오래다. 행정 기관의 공무(公務)도 휴대전화로 처리한다. 100% 휴대전화 보급률을 전제했기 때문이다. 공중전화는 공공 서비스가 아니다. 공적인 기능을 가졌지만, 공공의 재화는 아니다. 공적 업무보다 더 공공성을 가질 필요는 없다. 여기에 손실보전금까지 막대하게 들어간다. 2018년 139억원, 2019년 120억원 들어갔다. 말 그대로 ‘돈 먹는 하마’다.

공중전화 폐지 목소리가 간혹 나온다. 그때마다 존치를 주장하는 논리가 ‘보편적 역무 기능’이다. 국민에게 제공돼야 할 보편적 서비스 개념이다. 주로 정부나 운영 기업체에서 하는 논리다. 엄밀히 보면 억지다. 경기도에 4천600여대 있다고 했다. 31개 시군에 흩어져 있는 공중전화다. 사용하려고 하면 보이지 않는다.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분포가 아니다. 행인에게 휴대전화 빌려 쓰는 게 빠르다. 역무성은 의미 없어졌다.

손실 보전금의 출처도 따져볼 일이다. 표면적으로는 연 매출 300억원 이상의 통신사업자들이 분담한다. KT, SKT, LG U+ 등이다. 이들이 분담하는 돈은 어디서 나오나. 소비자다. 결국, 공중전화 유지비를 공중전화 쓰지 않은 일반 국민이 내는 셈이다. 이 사실을 안다면 모든 국민이 당장 없애라고 난리 아니겠나.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 공중전화 영업 내용의 보안이다. 관리 비용 등은 기업 비밀이라며 숨기는 건 여전하다.

효용성은 없어졌다. 보편적 역무 기능도 없다. 막대한 손실보전금만 나간다. 업체는 영업 내용을 숨기고 있다. 이쯤에서 내려야 할 결론은 뭔가. 간단하지 않나. 공중전화 없애자. 없앨 때가 됐다. 존치해야 한다는 설명의 한 구절도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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