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격상...4번째 악몽 시작되다

수도권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번화가가 이른 저녁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원규기자
수도권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번화가가 이른 저녁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원규기자

수도권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경기지역 소상공인들에게 ‘4번째 악몽’이 닥쳤다. 그동안 방역조치가 강화될 때마다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던 만큼 또다시 보릿고개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거리두기 2단계에서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임계점에 달한 지역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23일 소상공인 카드 결제 정보관리기업인 한국신용데이터의 경기도 소상공인 카드 매출 추이를 보면 올해 코로나19 발병 이후 도내 소상공인들이 매출 20% 이상 하락을 경험하며 큰 위기에 내몰렸던 시기는 총 세 차례다.

첫 번째는 지난 2월 말 대구 종교단체발 코로나19 확산이다. 당시 감염병 위기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되면서 2월 마지막 주(2월24일~3월1일)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 대비 28% 떨어졌다.

두 번째는 9월 초 광화문 집회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을 때다. 당시(8월31일~9월6일)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 대비 28% 하락했다. 추석연휴기간(9월28일~10월4일) 정부가 ‘추석 특별방역대책’을 발표했을 때에도 매출이 24% 줄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방역조치가 강화될 때마다 도내 소상공인 매출은 큰 변곡점을 맞았다. 이 때문에 경기지역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거리두기 상향조치로 인한 ‘4번째 악몽’을 우려하면서 폐업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하는 상황에 놓였다.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서 5년째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정상훈씨(56)는 “평소 일 매출이 120여만원인데 지난 2단계 당시에는 매출이 20만원까지 곤두박질 쳤다”며 “다시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3년 전부터 안산 중앙역 로데오거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김용원씨(38) 역시 “2단계 격상 소식을 듣고 잠이 오질 않았다”며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달리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수원 성균관대 인근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김정훈씨(38)도 “지난 2단계 당시에는 학교까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면서 “이제는 정말 가게를 접어야 할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계에 다다른 지역 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쿠폰이나 재난지원금처럼 일회성 정책이 아니라 소상공인 등 코로나 취약계층에 대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며 “이번 2단계 때도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태희ㆍ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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