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서울시가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선 종점부 변경과 공항철도 9호선 직결 등 각종 현안을 놓고 첨예하게 다투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인천시의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및 자체매립지 조성이 관계 악화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국제도시 연장선의 종점부 방향(선형)을 수도권매립지로 바꾸는 방안을 백지화했다. 당초 계획대로 종점부를 공항철도를 따라 ‘ㄱ’자로 꺾이는 방안으로 최종 결정했다.
앞서 인천시는 7호선의 추가 연장 가능성과 수도권매립지 부지 개발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7호선이 수도권매립지를 관통하도록 노선 변경하기로 하고 서울시 등에 협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수도권매립지의 사용종료 및 연장 등을 협의하지 않은 상태에선 이에 대한 협의를 하지 않겠다’는 답변만 했다.
한기용 인천시 도시철도본부장은 “서울시와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종전 방안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개발계획 등을 수립한다면 분명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00년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와 공동분담(5:5)으로 추진하기로 한 서울 지하철 9호선 공항철도 직결 사업도 갈등을 빚고 있다. 기본계획 승인·고시까지 나온 상황에서 서울시가 최근 인천시에 사업비 40억원을 분담하고 해마다 28억원의 운영비를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부당한 서울시의 요구에 감사원이 국토부·서울시 등을 상대로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인천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갑자기 법적 명분도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수도권매립지 관련해 이처럼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잇따라 서울시와 공동으로 추진하던 각종 현안 사업이 차질을 빚자 인천시는 또다른 사업들까지 불똥이 튈까 우려하고 있다.
인천시는 곧 서울시와 경인아라뱃길 수량에 영향을 미치는 신곡수중보 존폐 여부 등에 대한 협의를 해야 한다. 또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따른 앞으로의 활용 방안도 논의해야 하는 등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하다.
고존수 인천시의원(더불어민주당·남동2)은 “서울시가 수도권매립지와 관련해 각종 인천 현안 사업에 감정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서울시장의 부재도 영향이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시 대신 서울시의회가 나서 이 같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시의회 차원에서 소통을 해 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인천시와 서울시의 공동 현안 사업들인 만큼, 서로 공식화한 협상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배인명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9호선의 사례처럼 서울시가 당초 결정한 사항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행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큰 틀에서 인천시와 서울시가 합의점을 찾기 위한 협의의 장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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