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경제이슈] 제조업의 서비스화
[알기 쉬운 경제이슈] 제조업의 서비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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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수원이는 잠에서 깨어 스마트워치로 간밤의 수면패턴을 확인했다. 스마트워치는 수면 습관을 분석해 보다 효율적이고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취침 시간과 수면 목표를 제시해준다. 게다가 혈압, 심전도, 혈액 내 산소포화도까지 측정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에 가기 꺼려지는 요즘 활용도가 더욱 높아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수원이는 아침 운동에 나섰다. 음악을 들으며 화서공원을 돌다가 서장대까지 오르는 코스다. 새로 산 운동화는 사람마다 다른 발 모양과 걷는 습관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3차원 프린터로 인솔, 미드솔, 아웃솔 등을 맞춤 제작한 것이라 발이 편하고 오래 신을 수 있다. 음악은 스마트폰으로 다운받는다. 수원이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회사는 음악 재생기기를 출시했다가 디지털 음원 판매 서비스로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영화, 게임, 교육용 콘텐츠까지 이용하느라 적지 않은 금액을 납부하고 있지만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타사 스마트폰으로 갈아탈 생각이 없다. 집에 돌아와 출근 준비를 하던 수원이는 인공지능 스피커로 차 시동을 걸고 새벽공기에 차가워진 차 온도를 따뜻하게 조절했다. 이렇게 하면 승차전 차내 온도가 최적화돼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출근할 수 있다.

위 사례에서 수원이는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 운동화, 자동차 등의 제품을 사용하면서 ICT기술 발전의 효익을 누리고 있다. 이때 수원이의 효용증대는 제품 소비에서 온 것일까, 서비스 소비에서 온 것일까.

과거 제조업체는 단순히 고품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만들어 판매하는 것에 집중했다. 여기에 굳이 서비스를 더하자면 판매한 제품의 유지ㆍ보수 정도에 국한됐다. 그러나 경쟁이 심화되고 소비자의 니즈가 증가함에 따라 전통적인 제조 활동만으로는 경쟁력 유지와 부가가치 증대가 어려워졌다. 시장에 출시된 제품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됐고 소비자는 제품 자체보다는 사용할 때의 경험가치를 더 중시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제조업체가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제조ㆍ판매를 넘어서 제품과 관련한 서비스를 개발해 함께 판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즉,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하는 제조업의 서비스화(servitization)가 제조업체의 선택이 아닌 필수 경영전략이 됐다.

그렇다면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의 제조업 서비스화는 어느 수준일까.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연구(장병열, 2015)에 따르면 해외 유수의 제조기업들이 제품의 연구개발, 생산, 판매, 사용, 폐기단계 등 전 가치사슬 단계에 걸쳐 제조업 서비스화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아직 판매와 사용단계에 집중돼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단계라 평가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조업 전반에 걸쳐 경쟁력 있는 산업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수한 IT 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서비스 융복합을 통해 제조업을 혁신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제품의 기술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나라 제조업이 또다시 놀라운 혁신을 바탕으로 제조업의 서비스화,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일으키길 기대한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박성경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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