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고기교(橋) 갈등’과 성남시 나쁜 행정史
[김종구 칼럼] ‘고기교(橋) 갈등’과 성남시 나쁜 행정史
  • 김종구 주필 1964kjk@naver.com
  • 입력   2020. 11. 25   오후 8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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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민 막아섰던 ‘토끼굴 사건’
그 논리 빼닮은 고기교 확장 반대
‘더불어 살 가치’ 훼손 나쁜 행정

노(老) 시장이 포크레인 위에 올랐다. 주먹을 불끈 쥐고 사자후를 토했다. 이대엽 당시 성남시장이다. 장소는 23호 지방도 토끼굴이다. 경부고속도로 밑을 지나는 통로다.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이 여길 막았다. 시장의 연설 내용은 대체로 이랬다. ‘용인차량이 들어오면서 성남 길이 막힌다.’ ‘성남시민을 위해 굴을 봉쇄하겠다.’ 2003년 일인데 기억이 생생하다. 언론으로 사진과 기록이 전해진다. ‘성남시 토끼굴 사건’.

나쁜 행정이었다. 용인시민은 길이 필요했다. 서울ㆍ분당을 오가야 했다. 성남시민은 그게 못마땅했다. 용인시민이 안 오길 바랐다. 성남시가 이런 주민 뜻을 그대로 품었다.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으로 이벤트를 꾸렸다. ‘포크레인 연설’은 그 중 압권이었다. 아마도 표(票)가 될 거라고 본 모양이다. 덤프트럭 봉쇄, 포크레인 연설…. 이 황당한 광경을 언론은 이렇게 적었다. ‘포크레인 위 이대엽 시장.’ 조소(嘲笑)였다.

그때를 빼닮은 행정이 등장했다. 이번에도 성남시다. 용인시 고기동 초입에 고기교가 있다. 길이 25m, 너비 8m의 작은 다리다. 밑으로 동막천이 흐른다. 2003년 용인시가 설치했다. 관리도 용인시가 해왔다. 2010년대 들어 고기동이 팽창했다. 대규모 주택 단지가 들어섰다. 음식 거리도 급격히 확대됐다. 다리가 감당할 교통량을 넘어섰다. 확장 외에는 답이 없다. 주민도, 운전자도 다 원한다. 용인시도 한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동막천이 성남 땅-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343의 7-이다. 공사 허가권이 성남시에 있다. 성남시가 이걸 안 해주며 막아섰다. 경기도가 나서도 꿈쩍 않는다. 국민권익위도 별반 소용없다. 고기교는 이제 아수라장이다. 주말엔 차 행렬이 수백m다. 언제부턴가 다리 모양도 기괴해졌다. 급한 대로 용인 쪽 5m는 넓혔다. 성남 쪽 10여m는 그대로다. 짝짝이 기형 다리다. 행정 갈등이 남긴 흉물이다.

반대 이유라는 게 이렇다. -수지구에 신봉2지구가 있다. 개발로 인구가 늘 것이다. 그 차량이 고기교로 몰릴 것이다. 성남 도로가 막힐 것이다. 그러니 넓히지 마라-. 팩트와도 안 맞는 논리다. 신봉 2지구는 지금 허허벌판이다. 10년 이상은 가 봐야 안다. 현재 출퇴근 차량은 석운동으로 오간다. 고기교로 몰려들 거란 근거가 없다. 지하철 3호선 얘기도 있다. 실현되면 교통 세상이 바뀐다. 뭘 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모르면서 반대하면 무지행정이다. 알면서도 반대하면 억지행정이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다. 둘다 해선 안 될 행정이다. 당장 대장지구 주민을 어쩔 건가. 성남시가 개발하는 신도시다. 아파트는 이미 올라가고 있다. 곧 2만여명이 입주한다. 고기동은 그들에도 터전이다. 전부 ‘성남 차량’이고 ‘성남 주민’인데. 용인 가지 말라 할 건가. 고기교 막고 민증 검사라도 할 건가. 10년 뒤를 탓할 거면 반년 뒤부터 설명해야 옳다.

행정에는 분별이란 게 있다. 아무 요구나 막 품어선 안 된다. 주민은 ‘우리 도로 쓰지 마!’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행정까지 ‘우리가 막아주겠다’고 나서면 안 된다. 시ㆍ군마다 이러고 나서면 어떻게 되겠나. 국토 대동맥에 1번 국도가 있다. 그걸 안양이 수원 막고, 수원이 오산 막고, 오산이 평택 막으면…. 길은 뚫릴지 모른다. 그래도, 어느 시군 하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러면 안 되니까…. 국토가 난장판 되니까….

성남시민도 속상한 적이 있다. 2011년 미금역 추진 때다. 신분당선에 미금역이 그려졌다. 광교 주민들이 반대했다. ‘서울 갈 시간 늘어난다’며 데모했다. 성남시민이 그런 광교주민을 비난했다. ‘극단적 지역 이기주의다’ ‘교통망을 지역 전유물로 착각한다’. 그랬던 비난이 이제 성남시를 향할 것 같다. 거기서 뺄 것도 없고, 더할 것도 없다. ‘고기교 확장 반대는 극단적 이기주의다’ ‘교통망을 전유물로 착각한다’….

닮은 역사는 늘 닮은 결론을 예고해왔다. 2003년 토끼굴 폐쇄는 나쁜 행정이었다. 그래서 오래가지 못했다. 2011년 미금역 반대는 나쁜 논리였다. 그래서 미금역은 설치됐다. 2020년 고기교 확장 반대는 나쁜 행정이고 나쁜 논리다. 그래서 고기교는 확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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