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자감독 제도와 보호관찰관의 역할
[기고] 전자감독 제도와 보호관찰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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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5일 ‘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보석제도(전자보석)’가 신설 도입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전자감독 활용 비중은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다. 보석 허가 시 전자장치를 부착함으로서 보석대상자의 도주 방지와 출석 담보, 주거제한 등 각종 보석이행조건 확인이 가능해졌고, 이는 불구속 재판 확대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미결구금의 부작용 해소, 교정시설 과밀 완화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전자감독 업무를 맡으면서 기억에 잊지 못할 대상자가 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어선기관정비사로 근무하던 부가 태풍으로 사망한 후 모 슬하에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성장하였다. 생계를 위해 초등학교 졸업 후 학업을 중단하였고 자전거 수리점 종업원, 구두닦이, 세신사 등 갖은 일들을 하며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갔다. 목욕탕 세신사로 일하면서 만취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연이어 저질러 복역과 출소를 반복하다가 그의 나이 44세 때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되었다. 문맹에 초등학교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졌고, 신용불량자이면서 차상위계층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으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법원에서 준수사항(음주제한)이 추가되었을 정도로 상습 주취자라는 사실이었다.

필자는 가장 먼저 상담기법을 활용하여 그가 마음속에 쌓아놓은 견고한 벽부터 허물기로 했다. 과도한 직접질문이나 명령조의 화법보다는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공감하고 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였다. 그건 생각보다 효과가 괜찮았던 것 같다. 언제부턴가 그는 나를‘담당님’이라고 부르며 나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였다.

보호관찰관에게 있어 상담기법 외에 사회자원 활용 능력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그를 돕기 위해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찾아가 그가 안정된 직장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는지 문의하였다. 기초생활보장 담당 공무원은 지역자활센터에서 진행하는 취업 프로그램을 권유해주었고, 덕분에 그는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활급여를 수령하게 되었다.

이처럼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내밀면서도 나는 그가 보호관찰소가 엄중한 법집행 기관임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종종 주거지에 불시 방문하여 음주측정을 하는 등 그의 음주 습벽이 개선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준수사항을 잘 이행했고 단주에 성공한 것 같았으나, 몇 달 지나지 않아 주거지에서 음주를 재차 반복하였다. 그가 술을 끊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고, 역지사지로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 니 폐기물과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그의 집이 떠올랐다. 그런 집에서 살면서 주취 습관을 고치기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나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시청에서 운영하는 홈크리닝, 소독, 방역 작업 등이 포함된 깔끄미 사업 지원을 요청했다. 또한 폐기물을 무분별하게 수집하는 그의 저장강박증을 치료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센터와 연계하여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주거환경 개선사업 이후 대상자는 단주를 지속하였고, 준수사항 위반 없이 양호한 생활태도를 유지하였다.

보호관찰소의 존재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면 누가 뭐라고 해도 재범 방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 한 가지 목적에만 몰입하면 상대적으로 과정에는 소홀해질 수 있다. 재범 방지로 가는 길에는 범죄자와 비행 청소년들의 안전한 사회 편입이라는 과정이 있다. 보호관찰관은 그 과정의 길을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다. 전자감독 대상자들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건전한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저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그들과 함께 걷고 있다.

이재갑 법무부 평택준법지원센터 전자감독팀 이재갑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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