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우회’, 아파트값 상승 효과도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속 경기지역 노후아파트 사이에서 ‘아파트 리모델링 붐’이 일고 있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강화된 재건축 규제의 ‘우회로’로 주목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값 상승효과까지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 내 아파트 단지 중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마치고 본격적인 리모델링 추진 단계에 들어간 단지는 20여곳으로 추산된다. 조합설립 인가가 나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실제 리모델링이 추진 중인 단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모델링은 건물 뼈대를 남기고 증축하는 방식으로 준공 15년 이후, 주민 동의율 66.7%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다.
준공 30년을 앞둔 분당신도시와 산본신도시 등 1기 신도시부터 수원 영통, 용인 수지 등에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분당신도시에서는 느티마을3ㆍ4단지(770세대ㆍ1천6세대)와 무지개4단지주공(563세대), 한솔5단지주공(1천156세대) 등이 조합설립 후 리모델링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본 신도시에서는 개나리주공13단지(1천778세대)가 지난달 2일 설계자 입찰을 마감했으며 덕유주공8단지(138세대)는 지난달 설계자 입찰공고를 냈다.
수원 영통 역시 올해 들어 리모델링 열기가 뜨겁다. 신성신안쌍용진흥아파트(1천616세대)는 지난 10월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마쳤고 현재 조합설립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태영아파트(823세대)는 최근 조합 설립 요건을 갖췄으며 오는 27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리모델링주택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한다. 이밖에 신나무실5단지주공(1천504세대), 풍림벽산아파트(928세대) 등이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추진 중이다.
용인 수지에서는 신정8단지현대성우아파트(1천239세대)와 신정9단지주공(812세대)가 지난 8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동부아파트(612세대)는 내년 2월 중으로 창립총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처럼 아파트 리모델링이 활발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 속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자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상대적으로 장벽이 낮은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과 준공연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재건축은 보통 준공 30년 이후부터 추진할 수 있고 초과이익환수제, 의무거주 기간 2년 등의 규제가 적용된다. 반면 리모델링은 초과이익환수와 의무거주 기간이 부여되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이어지는 가파른 아파트값 상승세 속 조금이라도 빨리 상승효과를 거두자는 심리도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부동산 규제 등으로 인한 집값 상승에 입주민들이 심리적인 영향을 받아 아파트 리모델링 붐이 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리모델링은 100곳 중 1곳만 성공할 정도로 쉽지 않다”며 “막상 비용을 따져보면 실제 투자 대비 이익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포기하거나, 입주자 간 의견이 갈려 중단되는 등 불안요소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태희ㆍ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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