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내가 생각한 공수처가 아니겠구나
[지지대] 내가 생각한 공수처가 아니겠구나
  • 김창학 정치부 부국장 chkim@kyeonggi.com
  • 입력   2020. 12. 23   오후 9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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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상 최고의 개혁가로 상앙이 꼽힌다. 그는 소국인 위나라의 공자였으나 자신을 알아준 진나라 효공에 몸을 의탁하며 부국강병을 목표로 개혁에 나선다. 대부분 개혁이 그렇듯 그도 초창기에 심한 저항을 받았다. 반대 세력이 매일 시위하며 아우성쳤지만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법치ㆍ제도ㆍ생활 등의 개혁에 매진한다. 결혼한 자식은 부모와 한집에 살지 못하게 했다. 인구가 늘면 세금이 많이 걷히고 군대 징발인력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법 취지였다. 지금이야 상상할 수 없이 충격적이지만 이해는 간다. 도성 남문에 기둥을 세우고 북문으로 옮기는 이에게 금 10냥을 주겠다고 방을 붙였다. 백성은 웃었다. 기둥을 옮기는데 거금 줄 사람이 어디있느냐는 반응이다. 상금은 20냥, 50냥으로 올랐다. 모두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 어느 날 지나던 사내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기둥을 옮겼고 금 50냥을 받았다. 이렇듯 백성의 신뢰를 얻기 위해 새 법령에 따라 나라에 공을 세운 이에게는 상주고 잘못하면 벌을 내렸다. 태자의 잘못을 사부에게 물으며 묵형까지 가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월14일 공수처법 제정안이 통과된 지 11개월여만이다. 개정안의 통과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몫 추천위원의 찬성 없이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해졌다. 이런 이유로 야당 측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이 공수처장 후보를 추가로 추천하지는 않기로 했다. 여당의 들러리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교롭게도 최근 공수처장 후보직에서 물러난 한명관 변호사(세종대 교수)의 발언에 주목한다. 그는 “후보 심사가 이분법적 논리로 흐르는 것을 보고 ‘내가 생각한 공수처가 아니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180석의 위력 앞에 제1야당이 설 자리는 없다. 이대로라면 초대 공수처장도 여당 뜻에 맞는 인물이 될 확률이 높다. 개혁 정치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새해를 앞두고 사기의 고사성어 ‘방민지구 심어방수(防民之口甚於防水)’-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홍수)을 막는 것보다 더 어렵고 힘들다-를 되새겨본다.

김창학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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