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어느 때보다 길고 추울 듯하다. 코로나 백신주사마저 확보하지 못했기에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줄 알았는데 코로나 환자가 뒤늦게 폭증하고 있다. 코로나를 이기는데 필수인 백신 확보에 문제없다고 했는데 지금에야 조기 확보에 실패했다는 걸 알았다. 재난지원금과 재정확대로 소비가 회복돼 일자리 문제도 해결된다고 큰소리쳤으나 정반대로 됐다.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 방역에 성공했고 경제성장률도 높다고 거액의 홍보비용까지 쓰면서 선전했다. 하지만 지지율을 높이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과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코로나든 경제든 어떤 나라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멀쩡한 사람과 아픈 사람을 맞비교할 수 없듯이 가게와 공장을 닫을 정도로 코로나 피해가 큰 나라보다 잘했다고 자랑하는 것은 정권의 자기도취이자 국민을 착각에 빠뜨리는 행위다.
코로나와 경제문제 해결은 나라에 따라 차이가 크다. 코로나가 발생한 지 1년 되지 않았으나 벌써 성패가 보인다. 방역에 성공한 국가로 한국, 대만, 중국이 손꼽혔는데 한국은 이제 그 대열에서 탈락했다. 경제성장률도 한국은 2% 가까이 후퇴하고 대만과 중국은 성장했다. 대만은 한국과 달리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사스 해결 등의 경험을 살리며 방역에 집중했다. 덕분에 경제성장률이 2.5%로 29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보다 앞서게 됐다. 수출과 제조업에 재택근무까지 힘입은 특수가 중요한 요인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국과 협력, 민관협력과 노사협력도 큰 힘이 됐다. 중국은 코로나 발원지임에도 매우 엄격한 국가통제로 적어도 통계상으로 방역에 성공했다. 그 결과 경기회복도 빨라 성장률이 2%로 예상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수출 지원 및 제조업 투자 확대와 건설업 활성화 정책이 핵심요인이었다.
대만과 중국은 코로나 통제가 최우선이고 경제는 그다음이었다. 경제도 소비보다 산업의 활성화를 중시했다.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코로나와 경기침체를 동시에 잡는다며 방역에 소홀했고, 경제를 살린다고 코로나 와중에도 소비 활성화에 매달렸다. 정권의 유·불리에 따라 방역의 강도를 달리했고 재난지원금을 경기부양책이라고 미화했다. 그 이면에는 기본소득 등 코로나를 빌미로 한 좌파 포퓰리즘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성장의 후퇴와 불평등의 악화였다. 코로나로 신기술 도입이 빨라지고 구조조정이 광범위해져 혁신이 더 중요해졌지만 포퓰리즘이 혁신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 첨단 제조 대기업은 적폐로 몰리면서도 혁신으로 활기를 찾았으나 대부분 산업은 혁신과 멀어져 K자로 양극화됐다. 혁신에 적응한 소수 근로자는 소득이 늘었으나 대다수 근로자는 혁신에 천적인 노동시장 경직화로 소득은 물론 일자리도 줄었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의 모습은 미국이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정부의 간섭을 기피하는 민주주의 전통으로 코로나 사망자가 많지만 산업과 고용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의 핵심은 위험 줄이기에 있다. 대인 접촉 줄이는 소비와 노동의 원격화, 생산의 자동화, 재택근무 보편화와 탈(脫)고밀화 그리고 위험 흡수를 위한 기업의 대형화로 나타난다. 그러나 한국은 정반대로 정부가 위험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규제강화로 인한 집값 폭등, 공공부문 고용 확대로 인한 세금 폭등과 민간 일자리 감소 등으로 위험이 커졌다. 코로나는 문명의 대전환을 수반한다. 혁신을 회피한 나라는 예외 없이 쇠퇴했다. 포퓰리즘의 극성으로 위험이 더 커지는 한 해가 되지 않게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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