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에 한 헬스장 운영자가 체육관 문을 열었다. 방역 수칙 위반이다. SNS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국민이 처음부터 3단계로 굵고 짧게 가자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K-방역으로 자화자찬만 늘어놓더니 이게 무엇이냐… 머슴(정부) 월급 주는 주인들(국민)이 다 굶어 죽어간다.” 또 “수도권에 운영 금지 중인 자영업자 여러분도 모두 다 정상적으로 오픈 하자”고도 했다. 그는 현재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이다.
이날 서울·경기·부산지역 가입 헬스장 300곳이 문을 열었다. 700곳은 문을 열지는 않았지만, 간판에 불을 켜놨다.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항의 뜻이다. 헬스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조치와 함께 무기한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수도권 2.5단계와 비수도권 2단계 조치가 지난해 12월8일부터 시행됐다. 같은 달 28일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올해 1월3일까지로 한 차례 연장된 바 있고, 이번에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방역 수칙 위반은 처벌받는다. 무관용 원칙이어야 한다. 엄단하라는 주장이 쏟아질 걸로 보인다. 우리 역시 범법ㆍ범칙 행위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들 행위에 그다지 분노가 끓어 오르지 않는 것 또한 사실임은 어쩔 수 없다. ‘더는 못 버티겠다’는 하소연 아닌가. 50대 관장의 극단적 선택 얘기도 전해졌다. 깔끔히 설명 안 될 문제도 있다. 영업이 풀린 태권도장, 학원, 스키장, 골프장과의 형평성이다.
과연 이런 행위를 ‘천인공노할 위법’이라고 공격할 수 있나. 이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리라’고 할 수 있나.
지난 1년. 우리 언론이 쫓았던 기사가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아름다운 선례다. 감동을 줄 미담(美談) 찾기에 열중했다. 그 대표적 미담이 ‘착한 임대인’ 시리즈였다. 임대료를 깎아주거나 안 받는 건물주 얘기를 줄지어 소개했다. 이웃을 보듬는 천사로 묘사하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적지 않은 임대인들을 이 대열에 동참시킨 순기능도 있었다. 집단을 최면 걸듯 K-방역으로 뭉치게 했던 공동체 이야기다.
그런데 남은 게 뭔가. 2차 대유행, 3차 대유행이다. 규제는 더 세지고 더 혹독해졌다. 이제 행정명령의 쑥스러움도 없어졌다. 행정명령을 무슨 요술 방망이쯤으로 아는 모양이다. 그제는 ‘낮술 금지 행정명령’까지 내려졌다. 18세기 조선이 아닌 2021년 대한민국 얘기다. 시민을 실험용 쥐로 보나.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황당한 행정명령을 내리나. 아름다운 미담 쓰며 공동체 정신을 얘기 할 상황이 아니다.
그래도, 헬스장 운영자는 잘못이다. 체육관을 닫고 방역 수칙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방역 당국도 잘못이다. 문제를 인정하고 방역 수칙을 고쳐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