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켜진 간판을 보고 아이와 함께 눈을 피하러 무작정 달려왔는데 닫혀있다니 정말 황당하네요”
지난 6일 오후 9시 폭설이 내린 지하철 사당역 4번출구 앞 정류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갑작스러운 폭설로 버스는 좀처럼 나아가질 못해 주차장이 따로 없었다. 도민 역시 제자리걸음으로 한파와 폭설을 맞아가며 눈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7000, 7001, 7770, 7780번 등 여러 수원행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정류장부터 5번출구까지 200m가 넘는 인간띠를 형성하기도 했다. 오히려 거리두기는 실종된 상황이었고, 대기줄은 뒤죽박죽 엉키면서 고성이 오고 갔다. 노인들은 기다리다 지쳐 주저 앉기 일쑤였다. 빙판길에 넘어지는 아이의 모습도 포착됐다.
시민 중 일부는 불 켜진 버스라운지를 보며 잠시 몸을 녹이고자 다가갔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운영시간(평일 오전 10시~오후 9시, 주말 오후 1시~오후 9시)을 칼같이 지켰기 때문이다.
사당역에서 만난 도민 김지희씨(33)는 “40분째 어머니랑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더는 기다릴 수 없어 라운지라도 찾았지만, 이마저도 닫혀 사람들 틈에 끼인 처지”라고 푸념했다.
또 다른 도민 박필경씨(51)도 “방금 불 켜진 간판을 보고 혹시나 해서 가봤는데 닫혀있더라”라며 “정작 필요한 시간 때에는 닫혀있는 버스라운지가 무슨 소용이냐”고 하소연했다.
경기도는 앞서 지난해 10월 5일 도민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증진하고자 경기교통공사에 위탁, 사당역 4번출구 앞 금강빌딩에 경기버스라운지를 신설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폭설과 같은 재난에 가까운 상황에서는 도민 곁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날은 기상청이 오후 9시를 기점으로 수도권 지역에 한파경보와 대설주의보를 발령한 상황이었다.
이에 도민 사이에서는 버스라운지 운영시간이 출근시간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뿐더러 긴급 재난상황에서 아무 역할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사당역은 하루 5만여명이 넘는 도민들이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 신설된 경기버스라운지를 이용한 시민은 일평균 28명(총 2천580명ㆍ10월 522명, 11월 1천100명, 12월 958명)에 그쳐 쉼터로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라운지 운영시간은 도 자체 모니터링을 거쳐 나온 것으로 출근시간대는 이용객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재난상황과 관련해 공간을 별도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추가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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