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붙은 몸 더 얼게 만드는 이동노동자 ‘강추위쉼터’

“어떻게 로비가 얼어붙은 몸을 녹이는 강추위 쉼터가 될 수 있나요”

폭설 이후 북극발 한파가 몰아친 지난 8일 오전 10시 경기도 A산하기관. 한강이 2년 만에 얼어붙을 만큼 매서운 추위에 도내 최저기온 역시 영하 25도를 기록하는 등 동장군이 맹위를 떨쳤지만 추위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기관의 ‘강추위쉼터’는 썰렁한 채 비어 있었다.

노동자들이 따뜻하게 쉴 수 있도록 별도 공간에 난방기구가 설치된 쉼터가 아닌 차가운 로비에 테이블 2개와 의자 8개만 덩그러니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강추위쉼터가 로비에 마련되다 보니 이용객과 일반 직원들이 오가는 것은 물론 차가운 공기가 맴돌아 택배 노동자와 제설 작업에 지친 환경미화원 등 이동노동자가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엔 역부족이었다.

같은 날 B산하기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로비에 설치된 테이블 위에 A4 용지로 ‘강추위쉼터’라고 표기만 해놨을 뿐 별도의 난방 시설은 없었다. 또 관리 메뉴얼 상에는 담당 직원 1명을 배치해 관리하게 돼 있었지만 관리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욱이 B기관은 강추위쉼터로 지정된 장소에 안내 팻말도 없었고 해당 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 조차 ‘강추위쉼터’의 위치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기도는 배달 라이더 및 환경미화원 등 이동노동자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지난 2019년 7월부터 도청사와 산하기관 등 77곳에 혹서기에는 ‘무더위 쉼터’, 혹한기에는 ‘강추위 쉼터’를 마련했으나, 대부분 로비에 비치된 테이블과 의자에 이름만 쉼터라고 붙여놓고 관리 직원 없이 형식적으로 운영,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환경미화원 C씨는 “로비는 민원인과 직원들이 이용하는 공간인데 이곳에 쉼터라고 붙여 놓으면 마음 편히 몸을 녹이고 쉴 수가 있느냐”면서 “난방도 되지 않고 온열 기기 하나 없는 로비에서 쉬는 노동자들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배달 라이더 D씨 역시 “밖에 있으나 로비에 있으나 체감온도는 똑같은데 어떻게 시린 발과 손을 녹이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황당해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노동권익과 관계자는 “모든 공공기관에 강추위 쉼터를 제대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관리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쉼터가 로비로 운영되는 곳을 전수조사할 예정이며 노동자분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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