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세계 경제 화두가 된 디지털화

코로나19 위기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 그중에서도 특히 코로나19가 미치는 큰 영향은 인구구조의 변화를 초래한다. 한국의 총인구는 현재 증가 국면에 있지만, 한편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는 이미 2018년 정점을 맞이해 그 이후부터 감소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저출산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촉진하고,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통해 저성장을 고착화할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하지 않는 경제성장의 상한선을 의미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은 흔히 거품경제 붕괴의 후유증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일본의 장기불황은 거품경제 붕괴 후유증만으로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없다. 일본에서는 1990년경 거품경제의 붕괴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문제를 등을 통해 실물경제의 위기를 초래하였는데, 1995년경부터 시작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촉진해 저성장을 고착화시켰다.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 전반기 4.12%에서 1995년 전반기 1.02%로 하락하였다. 2019년 후반기 기준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0.13%에 불과하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6~2010년 4.1%에서 2019~2020년 2.5%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 인구구조의 변화를 고려하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더욱 하락하여, 향후 1%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이 되는 과정에서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맞물려서 20년 이상의 장기불황을 경험한 일본의 경험을 한국이 답습할 위험성이 커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사회와 경제가 크게 변하고 있지만, 사실 한국이 직면한 핵심과제는 약화하는 성장동력을 회복하는 것에 있다. 성장동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 있지만, 이와 더불어 디지털 혁명을 통해 생산성 향상 등을 도모해야 한다. 흔히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현상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란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터넷과 ICT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 등을 비롯한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주요 화두는 점차 세계화에서 디지털화로 이행하고 있다. OECD 2020년 ‘디지털 경제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디지털 변혁 정책이 필요하며, 코로나19위기는 디지털 변혁을 가속화시킨다. 한국은 5G 등 네트워크 연결성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디지털 활용도에 있어서 계층 간 격차의 문제가 존재하며, 디지털화되어 국경 간 이동이 증가하고 있는 데이터 관련 국제적 논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상품교역과 더불어, 디지털화된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이 중요해진다. 한국은 디지털 관련 산업 육성뿐만 아니라, 국경 간 데이터 관련 국제적 규칙 제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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