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소속팀 아픔 딛고 화려한 부활…‘베테랑의 품격’ 입증
프로야구에서는 베테랑 불펜투수를 바라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비교적 높은 몸값, 누적된 어깨ㆍ팔꿈치 소모 이력으로 구위ㆍ연투력이 떨어지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 속에 KT 위즈의 1986년생 ‘호랑이띠’ 동갑내기 불펜투수 이보근, 전유수, 유원상은 지난해 팀의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에 숨은 공을 세운 주역들이다.
더욱이 이들 모두 이전 소속팀에서 입지가 좁아지면서 ‘전력외 자원’으로 평가받았지만, KT 이적 후 극적으로 부활했다. 올해도 ‘희망가’를 노래할 전망이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키움에서 KT로 옮긴 이보근은 140㎞ 중후반대 묵직한 속구와 스플리터가 주 무기다. 2019년 초 원 소속팀 키움과 3년 19억원에 FA 계약을 맺었지만 그 해 16.2이닝 평균자책점 9.72로 부진했다. 결국 시즌 후 구단의 4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다만 구속과 구위, 건강에 문제가 없는데다 삼진ㆍ볼넷 비율도 준수해 여전히 가치 있는 재목으로 평가받으며 KT에 입단했다. 이를 입증하듯 이적 첫 해인 지난해 46.2이닝 평균자책점 2.51를 기록하며 부활, 팀의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또한 전유수도 SK 소속이던 지난 2018년 말 남태혁(29)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이적 후 투심 위주 투구로 선회하며 한층 발전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은 5.12로 다소 높았지만 팀내 6번째로 많은 47경기에 등판하며 불펜진에 힘을 보탰다. 등판시점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 ‘베테랑의 가치’를 입증했다.
유원상도 2019시즌 종료 후 NC에서 방출됐지만 입단 테스트를 거쳐 KT에 새 둥지를 틀었다. 최근 몇년간 계속된 부진으로 기대감이 높지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62경기에 등판, 평균자책점 3.80으로 ‘홀드왕’ 주권(25)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이 마운드에 오르며 반등했다. 올해 생애 첫 FA 권리 행사 기회를 얻었지만 신청을 포기하고 팀과 연봉 8천만원에 재계약했다. 그는 지난 연말 가족들과 수원시 장안구에 약 200만원 상당의 쌀 400㎏을 기부하는 등 연고지 사랑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해도 이들 ‘호랑이띠 삼총사’는 김재윤(30), 하준호(31), 조현우(25) 등과 함께 뒷문 잠그기에 나선다. 세 투수가 보여줄 ‘베테랑의 품격’에 KT 팬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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