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를 비롯해 무연고 사망자들이 온라인 상에서 무방비 상태로 악플 테러를 받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망자가 친족이나 혈족이 없는 경우 사자명예훼손 친고죄로 고소할 수 있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1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방통위에 접수된 온라인 명예훼손 심의건수는 총 4천432건(2018년 1천174건ㆍ2019년 1천584건ㆍ2020년 1천674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날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에서는 노숙자, 장애인, 노약자 등 무연고 사망자들을 상대로 한 비방 게시글이나 악플들이 쏟아지고 있다. 고독사한 독거노인들의 얼굴에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해 희화화하거나 생활고에 시달려 죽은 한 여성의 기사를 캡처해 “노처녀들은 외로워서 죽는다” 등 비난도 일삼았다. 특히 일베에는 정인이 사건 보도 이후 “전생에 아동학대해서 똑같이 죽은 것”이라는 근거 없는 인격 훼손성 글이 게재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비방글이 난무하고 있지만 정인이를 비롯한 무연고 사망자는 친고죄로 고소해야 하는 ‘사자명예훼손’으로부터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인이는 지난해 2월 친양자로 입양돼 현재 유족이 없기 때문이다. 무연고 사망자 또한 유족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친고죄로 고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방통위도 무연고자의 법정대리인 등에 해당하는 사람이 나서지 않는 이상 별도로 명예훼손 심의 신청을 진행할 수 없다. 다만 아동이나 노약자, 장애인을 비하하는 내용의 게시글은 정보통신심의규정에 따라 모니터링 후 심의의결을 거쳐 서비스제공자에 게시글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변주은 변호사(법률사무소 파란)는 “형사소송법 제228조에 친고죄로 고소할 수 없을 경우에 이해관계인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데, 정인이를 포함한 무연고 사망자들은 고소가 가능한 사람이 없어 2차 가해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학대피해아동 지원을 위한 ‘아동복지기금 신설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서울 강서구갑)은 “온라인 상에서 약자들을 상대로 악성 게시글을 올리는 2차 가해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특히 아동에 관한 무분별한 게시글이 피해 아동에게 번지지 않도록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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