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연봉 조정신청이 9년 만에 나왔다. 지난 시즌 ‘홀드왕’인 주권(KT 위즈)에 의해서다. 연봉 조정신청은 선수와 구단간 연봉 계약에 실패하는 경우 제3자인 한국야구위원회(KBO) 조정위원회에 중재를 구하는 제도다. 주권은 지난해 77경기에 나서 6승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으로 팀의 창단 첫 2위 도약에 기여했다. 이를 근거로 주권은 2020시즌 연봉 1억5천만원에서 1억원이 오른 2억5천만원을 구단에 요구했고, KT는 2억2천만원을 제시했다. 3천만원 격차로 조정신청에 이르렀다.
주권으로서는 2년 연속 팀 경기 수의 절반 가까운 경기에 등판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은 합당한 대가를 요구했다. 이에 구단은 자체적으로 만들어 놓은 연봉 평가시스템에 따라 선수 연봉을 정하고 있어 주권만 예외로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주권과 KT는 연봉협상 마감일인 지난 1월11일까지 수 차례 만나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제 공은 KBO 연봉조정위원회에 넘어갔다. 조정위원회는 양측이 제출한 산출 근거를 바탕으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그동안 KBO리그의 연봉 조정위원회가 열린 것은 20차례 있었지만 선수가 승리한 것은 단 한번에 불과하다. 2002년 류지현(현 LG 감독)이 전부다. 하지만 구단 안팎에선 지난해 ‘혹사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등판해 공헌도가 높은 주권에 대한 동정론이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구단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팀내 최고 공헌도를 기록해 창단 첫 플레이오프를 견인한 그의 요구가 과하지 않다는 여론이다. 구단 역시 그의 활약과 공로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팀을 위해 묵묵히 마운드에서 역할을 다한 보상을 요구하는 선수와 그동안 연봉 평가시스템에 예외가 없었음을 주장하며 ‘원칙론’을 고수하는 구단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주권의 입장에선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고, 구단으로서는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정 마감기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선수의 기를 살려주고 구단의 입장도 지키며 합의를 이끌어낼 솔로몬의 지혜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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