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인 출신으로 대한씨름협회장을 지낸 박승한 교수(영남대)에 의하면 과거 씨름은 크게 3~4가지 형태로 행해졌는데, 같은 씨름을 두고도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렸기 때문에 현대씨름이 ‘왼씨름’인지 ‘오른씨름’인지는 논란이 있다고 말한다.
1950~70년대 씨름의 전설로 불리고 청구씨름단에서 이태현 교수(용인대)와 백승일 장사를 길러냈던 김학웅 원로(前 대한씨름협회 연수원장)에 의하면 1940~60년대에는 씨름경기를 진행하는 분들이 주로 이북출신이 많았고, 이분들은 다리샅바를 왼손으로 잡기 때문에 지금의 씨름을 ‘왼씨름’으로 불렀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북한의 유네스코 등재신청서에는 현대씨름을 ‘왼씨름’으로 기록하고 있다. 또 김 원로는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 대부분이 경상도 사람이었고 어려서부터 지금의 씨름을 ‘오른씨름’으로, 전라도에서 하던 씨름은 ‘왼씨름’으로 배웠다고 한다.
대구 출신으로 1937년 제10회 전조선 씨름대회에서 우승한 라윤출(1963) 장사의 『조선 씨름』에 의하면 ‘바른씨름’은 오른팔을 상대자의 왼 겨드랑이 밑에 들이밀고서 그의 허리샅바를 잡고, 왼손으로는 다리샅바를 잡는다. 그리고 ‘왼씨름’은 ‘바른씨름’과 정반대되는 씨름 형태를 말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현대씨름은 ‘오른씨름’이 맞다.
‘왼씨름’을 주장하는 사람은 다리샅바를 왼손으로 잡기 때문이고, ‘오른씨름’은 오른 어깨를 맞대기 때문이란 논리다. 그러나 1910년대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 언론에 보도된 샅바 잡는 사진을 보면, 손목을 다리샅바에 넣어서 잡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으로만 잡고 경기를 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다리샅바가 중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씨름에서 중요한 다리샅바를 왼손으로 잡기 때문에 현대씨름이 ‘왼씨름’으로 불려야 한다는 근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씨름명칭의 혼란이 발생한 것은 이북 사람들에 의해서 현대씨름이 ‘왼씨름’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1959년 제1회 전국장사씨름대회부터 ‘왼씨름’으로 통일하다 보니 이후 세대들은 현대씨름을 ‘왼씨름’으로 알게 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도 부산, 경상도 지역에서는 현대씨름을 ‘오른씨름’으로 배웠다는 씨름인들이 있는 만큼 대한씨름협회는 씨름명칭 문제를 공론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씨름명칭에 대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떠나서 현대씨름이 ‘왼씨름’으로 불리게 된 이유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겠고, 씨름원형복원 과정에서 또다시 명칭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무형문화재로서의 그 상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씨름명칭의 논쟁을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다.
공성배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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