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묻지마 폭행

이명관 사회부장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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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폭행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혼자 길을 가다가 눈이 마주쳤다거나 어깨가 서로 부딪혔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주먹질을 당한다면 맞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건장한 남성이라도 마찬가지다. 범죄를 저지르는 동기나 이유가 명확하지 않고 당사자들끼리 모르는 사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 피해는 심각하다.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정신적인 트라우마까지 홀로 감당해야 한다. 배우자와 자식, 부모 등 가족을 포함한 주변의 지인들도 피해를 겪기는 매한가지다. 실제 발생했던 묻지마 폭행 사건의 70% 이상이 살인과 상해 등의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3년 전 용인의 한 아파트상가에서 발생한 묻지마 폭행 사건으로 평생 기저귀를 차고 살게 된 40대 가장이 최근 정신적 고통 속에서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묻지마 폭행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묻지마 폭행에 대응하기 위한 보험까지 존재할 정도다. 2015년 경찰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했고, 일부 보험사에서 상품을 다루고 있다. 정식명칭은 ‘폭행 피해 보장’ 보험이다. 피해자가 고의로 일으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당한 폭행일 경우에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사단계부터 재판까지 묻지마 범죄에 대한 흐름은 바뀌고 있다. 검찰은 2017년 ‘폭력범죄 엄정 대처를 위한 사건처리기준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묻지마 범죄에 대해 특별 가중요소로 취급하고 있다. 경찰도 지난해에 특별단속에 나서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지마 폭행은 아직도 가볍게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처벌도 약한 편이라 범죄 예방 효과도 약하다. 피해자들이 아픔을 토로할 수 있는 전문상담소 등 사회적인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아직은 부족하다. 사회와 국가 차원의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이명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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