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미국 연기상 20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쓴 가운데 지금까지 그가 보여줬던 영화 속 ‘한국 할머니’의 역할이 눈에 띈다.
윤 배우는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계춘 할망>과 지난해 개봉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도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한결같은 한국 할머니의 사랑을 보여주며 관객들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윤여정은 영화 <계춘 할망>에서 어릴 적 사고로 12년 만에 손녀를 기적적으로 찾은 할머니 ‘계춘’의 역을 맡았다. 윤 배우는 손녀를 향한 조건없는 사랑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정 많은 할머니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제주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손녀의 거친 태도도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으로 감싸주며 밥을 손수 떠먹여 주기도 한다. 시종일관 손녀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계춘의 모습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며 관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영화는 가까스로 손녀 혜지(김고은)을 만난 계춘이 예전처럼 단둘이 제주도에서 살면서 서로에게 적응해가는 내용이다. 온 종일 손녀만 생각하는 계춘과 달리 12년간의 생활을 숨기며 속을 알 수 없는 다 커버린 혜지. 남들이 모르는 상처와 비밀을 간직한 채 지내는 혜지는 서울로 미술경연대회를 갔다가 사라진다.
영화에서 억척스럽지만 소탈하고 정감있는 할머니 계춘과 사고뭉치 여고생 혜지의 관계를 통해 섬세하고 풍부한 내면 연기와 정감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창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48만 2천78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시대 모든 찬실이들에게 세심한 위로로 마음을 다독여준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도 할머니역을 소화해낸 윤여정의 열연이 돋보인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는 주인공 찬실(강말극)이 새로 이사 간 집주인 할머니 복실의 역을 소화해냈다.
영화는 영화 프로듀서로 일하다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감독(서상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실직을 맞이하게 된 찬실에게 전에 없던 인복이 굴러들어온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김초희 감독 특유의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연출 감각이 발휘됐다.
찬실을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산동네로 이사가 집을 얻게 된다. 하나 있던 딸도 보내고 글 읽어줄 사람도 없어서 갑갑한 마음에 뒤늦게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는 찬실과 친해지기 전 “그 나이 먹도록 시집도 안가고 뭐했어?’라는 등 그녀의 속을 긁지만 하나뿐인 말동무가 돼 준다. “아직 젊으니까 뭐든 하면 되지”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하고 자신이 직접 쓴 시를 읽어주며 찬실에게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복실과 찬실은 나이, 세대 차이를 넘어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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