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로 이사 왔는데 ‘귀촌’?…진짜 농촌지역은 소멸 위기

경기도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귀촌하는 지역으로 꼽혔으나, 실제 농가 인구는 해마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동 지역에서 읍ㆍ면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를 모두 귀촌으로 분류하는 정부의 통계 방식이 현실과 동떨어진 탓이다.

28일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귀촌인 통계를 보면 2019년 전국에서 가장 귀촌을 많이 한 광역 지자체는 경기도다. 도내에서는 남양주시(1만8천937명)가 1위를 차지했고 화성시(1만7천899명)와 광주시(1만6천147명)가 뒤를 이었다. 모두 서울이나 신도시 등 대도시 주변으로 아파트 신축이 잇따르는 곳이다. 이 지역들의 읍ㆍ면을 편의상 농촌으로 분류하면서 이곳의 아파트로 이사한 사람들 모두 귀촌인이 돼버리는 셈이다.

이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년간 전국 귀촌인구는 44만4천464명에 이른다. 대한민국 1%가 매년 귀촌인이 되버리는 것으로 사실상 정부 통계가 ‘뻥튀기’ 됐다는 얘기다.

매일 아침 서울 송파구 잠실동으로 출근하는 P씨(36)도 정부의 통계상 귀촌인으로 분류된다. 2019년 말 서울 노원구 하계1‘동’에서 남양주시 화도‘읍‘으로 이사 왔다는 이유에서다. P씨는 날로 오르는 집값 탓에 경기도로 이사한 것뿐인데 졸지에 귀촌인이 된 것이다. 더구나 그가 이사온 화도읍은 아파트가 많이 세워지면서 인구가 11만4천여명으로 늘어났다. P씨의 집도 지어진 지 2년도 채 안 된 신축 아파트다. P씨는 “화도읍은 행정구역명만 읍이지 도심지나 다름 없다”며 “같은 아파트 이웃 중에서도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P씨 같은 ‘무늬만 귀촌인’이 늘어나는 사이 ‘진짜’ 농업에 종사하는 도내 농가 인구는 해마다 줄고 있다. 2014년 37만4천여명이었던 도내 농가 인구는 2015년 35만여명, 2016년 32만4천여명 등 해마다 2~3만명씩 줄면서 2019년에는 28만2천여명을 기록해 5년 만에 24%가 감소했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도내 농촌지역은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실정이다. 최근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경기도 읍ㆍ면ㆍ동 인구소멸 위험지수’에서 도내 면 지역 86곳이 30년 이내 소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도내 전체 103개 면 중 82%에 해당하는 수치다. 면 지역은 읍보다 작은 규모로 실질적인 농어촌 지역에 해당한다.

통계청 행정통계과 관계자는 “읍과 면 지역이 법적으로 농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기준으로 통계를 내기 때문에 현실과는 일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농림축산부가 읍 지역을 도시로 볼지, 농촌으로 볼지에 대한 선정 기준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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