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시작된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조기분양전환제도가 이른바 ‘로또 분양권’으로 바뀌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공공임대아파트의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현금 부자들의 장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원시 광교신도시 내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총 7개 단지 4천588세대(▲광교센트럴타운 60단지 701세대 ▲〃 62단지 637세대 ▲광교에듀타운 50단지 224세대 ▲광교마을 40단지 1천702세대 ▲〃 45단지 672세대 ▲광교호반마을 21단지 394세대 ▲〃 22단지 258세대)다.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됐던 이들 단지는 모두 입주 5년차를 넘겨 조기분양전환이 가능해졌다.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입주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소유권 이전을 마치면 일반 아파트처럼 전세나 매매를 할 요건이 된다는 의미다.
지난달 8일부터 조기분양전환이 시작된 광교 A단지의 전용 74㎡타입 확정 분양가는 3억8천만원이다. 같은 면적의 인근 집값이 7억원 이상임을 고려하면 시세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때 분양전환을 할 형편이 안 되는 일부 임차인은 프리미엄(웃돈)을 붙여 부동산에 집을 내놓는다. 해당 아파트의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싸기 때문에 수요가 몰린다. 이에 최소 5억원 전후로 거래가 이뤄진다. 집을 사고판 사람 모두 1~2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는 구조다.
A~D단지 등 4곳을 관리하는 광교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입주민 사정에 따라 (조기분양전환해도) 엄청난 대박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시세 차익을 얻는 건 확실하다”며 “특히 대단지의 경우 집 크기에 따라 최대 4~5억원까지의 이득을 볼 수 있어 용인 등 가까운 지역에서 소위 현금 부자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성남시 판교신도시에서도 있었다. 당시에도 ▲원마을 12단지 428세대 ▲산운마을 11단지 504세대 ▲〃 12단지 510세대 ▲백현마을 8단지 340세대 등 단지들이 차근차근 분양전환 절차를 밟으며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소유권을 얻지 못한 임차인들이 함부로 집을 거래하면 불법이지만 현재로서 이 같은 거래 행위는 처벌할 수단이 없다. 국토교통부와 LH도 상황은 인지하고 있지만 적법성 여부나 규제 방안이 있는지는 판단 중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내년 상반기께 파주시 운정신도시, 수원시 호매실지구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의 취지는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돈을 모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하라’는 건데 현실적으로 몇 년 만에 집값 마련하는 게 쉽겠느냐”며 “결국 돈 있는 사람에겐 남는 장사가 되고 파는 사람도 차익을 챙길 수 있는 ‘로또 분양’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집값이 오르는 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현실성 있는 공적 영구 임대 방안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연우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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