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렸던 3일 밤. 네 살배기 딸을 데리고 눈 구경하러 밖에 나왔다가 초코파이를 손에 쥐어야지만 집에 돌아가겠다는 딸에 이끌려 집 앞 마트를 찾았다.
초코파이 한 박스를 계산하니 휴대전화에 문자가 온다.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차감 안내-사용금액 3천900원, 남은 금액 9만6천100원’. 1982년생이라 2일 신청했던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이 하루 만에 입금이 된 것. 경기도가 설 명절 전까지 지급해주겠다고는 했지만 하루 만에 입금 될 줄이야. 깜짝 놀라면서 아직 9만6천원이나 남았다는 문자를 받으니 뭔가 든든함까지 느껴진다. 자신의 최애 간식인 초코파이를 손에 쥔 딸 아이의 해맑은 미소는 덤이다.
지난 1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은 3일 기준 310만6천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경기도민 1천343만8천명의 23.1%에 달한다. 자신이 태어난 해에 맞춰서 신청해야 하는 제한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정신에 도민들이 호응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10만원을 받는다고 삶이 나아지진 않겠지만, 1년 넘게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돼 준 것만은 틀림없다. 이 10만원이 향후 내가 더 내야 할 세금이라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이 10만원이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그만큼 지금 당장 답답하고 막막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지사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독주하고 있다. 지지율이 30% 넘게 나온 조사결과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너무 빨리 독주해 오히려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 지사가 주창한 기본소득에 국민들이 호응하고 있다. 지지율은 계속 오른다. 당정은 뒤늦게 보편지원을 논의하고 있다. 끌고 가는 자와 끌려가는 자로 나뉘고 있다.
이 지사가 너무 빨리 독주한다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시간은 더 빨리 흐르고, 어느덧 차기 대선을 위한 당내 경선은 반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호준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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