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 범벅에 쓰레기 더미까지, 경기도 관광테마골목 ‘아수라장’

지난해 12억6천만원을 투입해 도내 7곳을 선정, 육성한 경기도관광테마골목이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20일 오후 평택시 평택국제중앙시장에 주차된 차량이 새똥으로 범벅돼 있다. 윤원규기자
지난해 12억6천만원을 투입해 도내 7곳을 선정, 육성한 경기도관광테마골목이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20일 오후 평택시 평택국제중앙시장에 주차된 차량이 새똥으로 범벅돼 있다. 윤원규기자

“관광테마골목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눈에 보이는 건 쓰레기 더미에 코를 찌르는 악취뿐이네요”

주말을 앞둔 지난 19일 경기도가 관광테마골목으로 지정한 평택시 신장쇼핑로. 쇼핑을 테마로 한 골목으로 지정된 만큼 사람들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했지만 거리에는 새의 분변만 넘쳐났다. 최근 까마귀떼의 습격으로 해당 골목의 모든 길이 분변으로 뒤덮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쇼핑을 하기 위해 골목을 찾는 사람보다 새의 분변을 밟지 않기 위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안산시 다문화 거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골목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은 물론 오랫동안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음식물 찌꺼기들도 그대로 부패해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흡연하는 사람들은 담배꽁초를 거리에 버리기 일쑤였고 이렇게 버려진 쓰레기들은 발에 치일 정도로 많았다.

경기도내 관광테마골목이 새 분변으로 범벅되거나 무단 투기된 쓰레기들로 아수라장이 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12억6천만원을 투입해 도내 7곳(수원시 화성 행리단길,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 평택 신장쇼핑로, 김포 북변동 백년의거리, 이천 도자예술마을 회랑길, 양평 청개구리 이야기 거리, 포천 이동갈비 골목)을 관광테마골목으로 육성했다. 도는 각 시ㆍ군에 사업공모를 거쳐 이들 골목을 선정했으며, 전문가 컨설팅 교육을 통한 지역관광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경기도의 관리 부실로 관광객의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시 화성 행리단길은 많은 차량들이 인도에 불법 주ㆍ정차한 상황이었고 한 시간째 방치된 차량도 보였지만 이를 단속하는 직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행인들은 인도를 피해 차도로 걸었고, 어린아이들은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해 황급히 도망치기도 했다.

이천시 도자예술마을 회랑길은 코로나19 여파로 거리두기가 상향되면서 공방 대부분이 문을 닫아 황량한 모습을 보였다. 길에는 식당이나 놀이시설이 전혀 없어 관광지라는 명색마저 무색했다.

안성희 이천도자마을 이장은 “회랑길이 관광테마골목으로 지정됐음에도 먹거리나 놀이시설이 전무하다”며 “홍보만큼이나 기존 관광객의 재방문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데, 도에서도 각 골목에 맞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도 관광과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관광테마골목 사업이 콘텐츠 개발과 홍보에 치중돼 세심한 부분을 살피지 못했다”며 “지적받은 부분들에 대해 지역협의체를 가동해 즉각 논의하고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2억6천만원을 투입해 도내 7곳을 선정, 육성한 경기도관광테마골목이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 행리단길 인도에 불법주정차된 차들사이로 시민들이 위태롭게 걷고 있다. 윤원규기자
지난해 12억6천만원을 투입해 도내 7곳을 선정, 육성한 경기도관광테마골목이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 행리단길 인도에 불법주정차된 차들사이로 시민들이 위태롭게 걷고 있다. 윤원규기자

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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