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군 삼승면에 있는 전교생 41명밖에 안 되는 작은 초등학교. 이 학교가 최근 전국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전교생에게 매주 2천원을 ‘매점화폐’로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어났을까? 학생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판동초에는 부모와 교사들이 힘을 합쳐 만든 충북도 내 초등학교 최초의 협동조합인 ‘팔판동 사회적 협동조합’이 있다. 협동조합은 지난해 9월 학교 안에 매점 ‘빛들마루’를 열었다. 문방구나 분식점도 없는 농촌 동네. 학교 매점은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됐다. 어느 날 매점을 바라보던 협동조합 조합원 강환욱 교사는 깨달았다. “매점도 오는 학생들만 오는구나.”
용돈이 없는 학생들은 매점도 이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모두가 기본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마련해 주자고 생각한 강 교사는, 매점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매주 모든 학생에게 나눠주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취지에 동의하신 분들이 기탁금 100만원을 협동조합에 내줘서 10월에 실험이 시작됐다. 강 교사는 부모님이 화나셨을 때 “너 그런 식으로 하면 용돈 없어”라고 말하듯이 ‘용돈’이란 용어는 일방적인 느낌이 들어서 아무 조건 없는 학생들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어린이기본소득’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본관 2층 교실 앞 복도에는 자기 이름이 적혀 있는 봉투가 붙어 있다. 매주 월요일 그 봉투에는 1천원 매점화폐가 두 장씩 들어가 있다. 이제는 모두가 매점이 오는 것이 즐겁다. 어린이 기본소득 시행 이후 학생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사고 싶은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좋아요”(78%) “친구에게 무언가 사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70%) “학교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68%) 학교가 나를 좋아한다는 느낌을 갖고 학교에 가는 학생이 과연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함께 누리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 학생들은 책 몇 줄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실질적 자유’와 ‘사회적 연대의식’, 그리고 무엇보다 ‘믿음’을 배우는 것이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원리의 가치를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가 한다면 왜 사회공동체가 할 수 없으며, 학생들이 느낀다면 왜 모든 국민이 느끼지 못하겠는가?
김찬휘 경기도 기본소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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