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연필로 따라간 그림책 '걷다보면'

걷다보면

“사르락 사르락 바람이 불어. 길을 따라 걸어 볼까?”

바람결을 따라 길을 걷기 시작한 아이의 눈앞에 색다른 사슴이 보인다. 길 위에서 사슴을 찾아낸 아이는 더 깊은 눈빛으로 우리가 무심히 걸었던 길을 바라본다. 익숙하고도 새로운 친구들을 곧이어 찾아낸다. 이윤희 작가의 그림책 <걷다보면>(글로연 刊)은 바삐 사느라 우리가 지나쳤던 세상을 보여준다.

물줄기가 흥건한 꽃밭과 건널목, 신호등 거리, 모이를 먹는 비둘기, 빗줄기에 쓸려 모인 꽃잎 더미, 길에 나뒹구는 우산 등 아이가 걷는 길이 특별한 곳이 아니다. 하지만 색다른 눈길로 바라본 길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난다. 여우에게 꽃을 건네는 생쥐, 향기 따라가는 고양이, 거인의 정원, 우주의 별과 교신하는 외계인, 어미 새의 날개 품에서 모이는 먹는 아기 새, 오리 가족의 산책 등 평소 생각할 수 없었던 모습들이다.

작가는 연필만으로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를 펼쳐낸다. 여백을 살린 프레임은 연필 그림의 단아한 정취를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정자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