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아파트 역사박물관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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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아파트공화국’이란 말이 허튼소리가 아닐 정도로 우리의 삶은 아파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전국 주택에서 아파트 비율은 2019년 기준 62.3%로, 단독주택 21.6%의 3배 가까이 된다. 요새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 값 급등 요인으로 많은 전문가가 ‘공급부족’을 꼽는 걸 보면, 아파트 수요는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전국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이 70%를 넘는 일은 시간문제일 것 같다.

촌놈인 나는 1970년대 중반 첫 서울 구경에서 아파트를 역시 처음 봤다. 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와 아스팔트를 예닐곱 시간 달려 용산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차창 너머로 그 인근 한강변에 나란히 서 있는 아파트를 신기하게 바라본 기억이 생생하다. 세련된 도회지 가정의 내실 모습이 아파트 창을 통해 살짝살짝 드러났다. 기와집 몇 채뿐, 대부분이 낡고 허름한 초가집이었던 우리 시골동네 풍경과 비교하면 이것은 별천지의 주거공간이었다. 저런 곳에서 살고 싶다며 그때 품었던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던 그 아파트가 이젠 전 국민 대다수가 먹고 자고, 쉬는 일반적인 주거형태가 됐다. 아직도 선호도가 식지 않는 걸 보면, 아파트는 그간 크나큰 발전을 이끈 한국 주거문화의 상징임이 틀림없다.

한국 아파트 역사의 연원을 따져보면, 그 기점은 1930년대라고 한다. 지금도 주민들이 사는 서울 충정로아파트로 일제 강점기 유산이긴 하지만 그 역사성은 무시할 수 없다. 20세기 세계 건축혁명을 이끈 시멘트가 건축자재로 보편화하면서 일찍이 서울에도 고층의 주거공간이 등장한 것이다. 시멘트의 가치를 높이 사, 이를 건축에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실제 혁신적인 공동주택에 적용한 이가 현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이다. 제2차 대전 후 주택난 해소를 위해 그가 프랑스 마르세유에 선보인 ‘집합주택’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은 논란 여부를 떠나 오늘날 혁신적 아파트 개념의 선구로 꼽는다.

명칭에 차이가 있을 뿐, 세계 어느 나라든 공동주택의 대명사로 통하는 아파트는 1990년대 초 제1기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며 대중적인 한국의 주거공간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일산을 품고 있는 고양시도 그 신도시 5곳 중 한 곳. 당시 서울 생활권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던 고양시는 이제 인구 100만명을 훌쩍 넘긴 ‘특례시’로서 자급도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몇 년 내 제3기 창릉신도시도 모습을 드러낸다.

이걸 보면, 아파트는 오늘날 고양시를 키운 동력이자 삶이고 문화인 셈이다. 한국 아파트 발전의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하여 이참에 고양시에 제안하고 싶은 바가 있는데, 자급도시의 미래 자산으로 ‘아파트역사문화박물관’을 세우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한국 아파트의 역사부터 신도시의 형성, 그로 인한 도시와 농촌의 변화상, 사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의 양상, 미래의 도시와 주거문화 등을 전시하고 연구하며 설계하는 심장 말이다. 예의 박물관이 들어선다면 한국의 대표적 주거공간인 아파트를 통해 현재와 과거, 미래를 잇는 독특한 형태의 첫 박물관으로 길이 남아 고양의 미래유산이 되지 않을까.

정재왈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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