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짜리로 작게 나눴지만 팔리지 않네요.”
정월 대보름인 26일을 하루 앞두고 경기도내 재래시장이 예년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장마와 코로나19 여파로 오곡과 부럼의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25일 오전 11시께 찾은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용인중앙시장. 김인동씨(73ㆍ여)가 ‘서리태 국산 1만2천원’, ‘흥미 찰 6천원’ ‘백태 국산 7천원’ 등 10개의 오곡이 수북하게 쌓인 판매대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40여분간 판매한 건 찹쌀, 현미, 수수 등을 섞은 혼합곡 한 소쿠리뿐이었다. 김씨는 “지난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국산은 구하기도 힘들다”며 “코로나19로 하루 70~80명 찾던 손님도 20~30명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월 대보름을 앞두면 50㎏ 가까이 준비하던 혼합곡도 올해는 절반인 25㎏만 준비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찾은 수원시 지동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원천 앞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김춘자씨(66ㆍ여)는 “올해도 작년처럼 오곡 1.3㎏을 5천원에 팔고 있지만, 도매가 자체가 올라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찹쌀, 수수, 기장 등을 1천원에 나눠 판매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찾는 손님이 많지 않다고 했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찹쌀, 수수를 비롯한 오곡밥 재료와 부럼 재료 등 총 10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여름 장마로 인한 열악한 생육환경 요인으로 인해 지난해 대비 평균가격이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격 상승의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명절에도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는 사회적 변화로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었다”면서 “전통시장이 더욱 활성화 되기 위해선 온라인 판매도 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건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