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모닝커피와 기후변화

한국성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이 1인당 350잔 이상이라는데, 어쩌면 머지않아 모닝커피를 즐기지 못할 수도 있겠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잦아진 가뭄과 삼림파괴, 병해충 확산 등은 2040년 이후부터 전세계 대부분의 야생커피 종들을 멸종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사의 90%는 하늘이 짓는다”는 옛말처럼 기후 앞에서 인류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가장 먼저 기후변화의 영향을 체감하는 곳은 농업 등 먹거리 시장이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고선 그 어떤 것도 거둬들일 수 없는 삶인 만큼 그 변화에 무엇보다 경건하고 예민하게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미 한반도에도 열대과일이 상륙해 전남과 경남 등 남쪽지역에선 올리브, 망고, 키위, 파파야 등이 수확 중이다. 전국민이 알고있는 대구경북 지역특산물 ‘사과’는 현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030년쯤엔 사과재배 가능지에서 제외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경기도 북부지역인 가평, 파주까지 올라와 달콤한 맛을 자랑하고 있다. 비교적 기온이 낮은 곳에서 잘 자라는 포도 역시, 1970년대만 해도 경남 김해와 밀양 등에서 주로 생산했지만 지금은 경기도와 강원도 등으로 북부로 산지가 이동하고 있다.

이에 농업분야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복합적인 리스크 회복력 관점에서 기후변화가 불러온 먹거리 시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하기 위한 많은 고민들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시민 1천500명과 농민 1천121명을 대상으로 한 ‘2020년 농업농촌 국민의식조사’에서는 도시민의 88.3%, 농민의 86.4%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려면 기존 영농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시민과 농민 모두 메탄·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관행농업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국민의 절반 이상은 저탄소농업을 실현하는 비용부담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농민의 62.4%는 탄소발자국(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생산 비용을 투자할 수 있다고 답했고, 도시민의 60.5%는 탄소발자국 제한방식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구입하는데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우리 농업은 지금까지 진정한 땀과 정성으로 우리 농촌을 살리고 지켜왔다. 올해도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하며 모두의 지혜를 모아 ‘메가트렌드, 기후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것으로 확신한다.

박영주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전략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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