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시의원들, 차라리 찬성해라

조명자 수원시의원의 기고는 2월26일자였다. 도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반대의견이었다.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은 일방 발표라고 지적했다.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전 발표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도 했다. 나름의 논리와 소신이 눈길을 끌었다. 글을 게재한 것은 도내 언론 경인일보였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쓴 이른바 기명(記名) 칼럼이다.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개인 이름으로 표출한 수원시의원이 또 있나. 대개 익명 뒤에 숨어 있다.

시의회라는 집단에 묻어 간다. 25일 반대 발표가 있었다. 단체 촬영 사진이 뿌려졌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피켓으로 몸도 가렸다. 알아보기가 어렵다. 그나마 ‘시의원 37명’이라면서 21명만 보인다. 단체 목소리를 내는 성명이 거의 전부였다. 집단의 모임이었고, 단체의 구호였다. 기회만 되면 마이크 못 잡아 안달인 게 정치인이다. 그런데 그날 수원시의원들은 달랐다. 좀처럼 나서는 이가 없었다. 발표 내용도 애매했다.

항의인지 읍소인지, 아니면 찬성인지 도통 헷갈린다.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결정돼서 발표까지 됐는데 무슨 공론의 장인가. ‘근본 대책과 구체적 대응 방안을 요구한다’고 했다. 사실상 이전을 전제로 대책과 대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들린다. ‘범시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했다. 그날 광교에서는 시민의 항의 삭발이 있었다. 범시민의 뜻을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린가. 취재 기자는 ‘시의회 쇼’였다고 보고했다.

처음이라면 말 안 한다. 앞서도 그랬었다. 지난달 22일 시의회가 자료를 배포했다. ‘의장과 부의장이 항의 방문했다’는 내용이다. 간 곳이 경기도의회 의장실, 만난 이가 도의장이다. 기관 이전은 이재명 지사 뜻임을 세상이 다 안다. 발표도 이 지사가 직접 했다. 그런데 수원시 의장단은 ‘항의한다’며 도의회 의장실을 찾았다. 자다가 봉창 뚜드리는 방문 아닌가.

지역 여론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옮겨갈 기관이 있는 지역은 반대가 많다. 입주가 예정됐던 지역도 반대가 크다. 반면, 기관 소재지와 무관한 지역의 정서는 다르다. 같은 수원이라도 관심이 적다. 심지어 찬성하는 여론이 있는 지역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지역 여론을 있는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다. 그게 올바른 기초의회의 책임이다. 그런데 지금 수원시의회는 안 그렇다. 반대한다는 겉과 그 이면의 속이 다르다. 다른 것 같다. 도지사 무서워서 이러나.

조명자 의원이 차기 수원시장에 생각 있다고 들린다. 소신을 밝혀 정치적 입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밝힌 건 잘한 거다. 지역민들이 예측할 수 있는 정치다. 나머지 시의원들은 뭔가. 시장 출마할 거 아니면 소신 감추며 묻어가도 되나. 반대한다면서 시선은 다른 곳 쳐다보고 있어도 되나. 대권 1위 이재명발(發) 공공기관 이전론(論)에 얕디 얕은 수원시의원들 밑천이 다 드러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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