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60년 만에 새국면 맞은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핫이슈] 60년 만에 새국면 맞은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 장희준 기자 junh@kyeonggi.com
  • 입력   2021. 03. 03   오후 5 : 44
  •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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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반 팔달구 매산로1가 일대에 조성
업소 113곳 '다닥다닥'…종사자 250여명 추정
"올해를 변화의 기점 삼아야" 시민 여론 확산
수원시ㆍ경찰ㆍ시민단체 등 역할 분담 필요
3일 새벽 60년 넘게 도심 속 흉물로 남아 있는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로 외국인 노동자 등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조주현ㆍ윤원규기자
3일 새벽 60년 넘게 도심 속 흉물로 남아 있는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로 외국인 노동자 등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조주현ㆍ윤원규기자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오랜 시간 경기도의 대표적인 집창촌으로 꼽혔다. 파주 용주골, 평택 쌈리 등과 묶여 이른바 ‘3대 집창촌’이라 불리기도 했다. 수십년째 명백한 불법이 자행되고 있지만 수원시의 사업은 번번이 넘어졌고 경찰의 단속은 터무니없이 미약했다. 경기일보는 이 같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식어버린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이와 함께 수원시의 소방도로 개설 사업도 성과를 내며 일부 업소가 철거되기 시작했다.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관계 기관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현안을 짚어보며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홍등(紅燈)에 담긴 이야기

3일 새벽 2시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왕복 8차선 도로 건너 거대한 건물들이 즐비한 모습과 달리 낮고 작은 건물들이 빼곡했다. 빨간 불빛들을 지나 ‘뒷길’이라 불리는 골목에 들어서자 6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할머니가 다가왔다. 이른바 ‘팬푸’라 불리는 호객꾼이었다. 팔을 덥썩 붙들고는 ‘저렴하다’ ‘잘해준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내 포기한 듯한 김정순씨(가명)는 골목 중앙에 있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여기 처음 온 게 30년 전쯤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한때 이곳에서 성매매로 돈을 벌었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직접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호객하는 역할로 옮겨졌다고도 했다. 김씨는 “예전에는 거머리(성매매 종사자의 돈을 착취하는 일부 포주)도 많았는데, (지금은) 대놓고 그런 일은 드물다”며 “2000년대 초반까지는 학벌이(학생)가 손님으로 오는 경우도 많았고 일을 하러 오는 것도 다반사였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학비를 마련해서 이름만 대면 알 법한 대학에 간 애들도 있었다”며 “시대가 달라진 건지 코로나 때문인지 갈수록 찾는 사람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1960년대 초반 조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팔달구 매산로1가 일원에 위치한다. 현재 업소 113곳(영업주 71명)에 남은 종사자는 25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곳에 집창촌이 형성된 건 교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가설이 힘을 얻는다. 과거 경기남부와 충청ㆍ호남지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이들은 ‘교통의 요지’ 수원을 경유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까운 서울에서는 대표적으로 청량리와 용산역이 그랬다. 교통이 발전한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개발 수요가 높아졌고 지금은 성매매 업소들이 모두 철거됐다.

3일 새벽 60년 넘게 도심 속 흉물로 남아 있는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로 외국인 노동자 등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조주현ㆍ윤원규기자
3일 새벽 60년 넘게 도심 속 흉물로 남아 있는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로 외국인 노동자 등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조주현ㆍ윤원규기자

■ 성매매 집결지 해산 ‘산 넘어 산’

집결지 해산은 선거철마다 후보들이 들고 나오는 단골 공약이었다. 실행에 옮긴 사람은 없었다.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로도 건재했다. 수원역을 중심으로 KTX 열차가 운행되고 AK플라자, 롯데백화점 등 대형상업시설이 입주하는 동안에도 변함없었다. 수원시는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지만, 도시개발은 수원 군 공항(공군 제10전투비행단)으로 인한 고도 제한에 발목을 잡혔고, 도시정비는 토지 소유자의 동의가 3분의 2 이상이라는 기준을 채우지 못해 물거품이 됐다.

경찰도 손을 놨다. ‘어차피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단속 무용론(無用論)이 팽배했다. 경기일보 취재 결과,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경찰의 단속은 불과 3명을 입건하는 데 그쳤다. 경찰의 업무 배분부터 복잡다단하다. 관할 구역상 집결지를 담당하는 건 수원서부경찰서다. 단속은 지난해 5월부터 수원남부경찰서가 한다. 그전에는 경기남부경찰청이 맡았었다. 신속한 대응을 위해 업무를 이관했다는 경기남부청의 설명과 달리 수원남부서엔 단 3명만 확보됐다. 해당 경찰관 3명은 집결지가 아닌 수원 전체를 담당해야 한다.

보도를 기점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집결지 인근에 고등동 행복주택(500세대)과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4천86세대)가 입주를 시작하는 상황과 맞물렸다. 올해 1~2월 집결지 관련 민원은 2천건 가까이 접수됐다. 최근 2년간 접수된 1천57건을 훌쩍 넘어섰다. 수원시민행동 등 시민들은 경찰을 규탄하고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여기에 수원시는 총괄 TF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경찰은 아직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3일 새벽 60년 넘게 도심 속 흉물로 남아 있는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로 외국인 노동자 등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조주현ㆍ윤원규기자
3일 새벽 60년 넘게 도심 속 흉물로 남아 있는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로 외국인 노동자 등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조주현ㆍ윤원규기자

■ 이번엔 달라질 수 있을까

3일 오전 10시께 집결지 내 골목에서는 석면 제거 작업이 한창이었지만, 홍등(紅燈)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계속됐다. 주황색 패딩 점퍼를 입고 서성이던 캄보디아 국적 자멘씨(29)는 업소들이 철거될 것이란 소식에 인상을 찌푸렸다. 자멘씨는 “야간작업을 마치면 하루 (일과처럼) 찾는 곳”이라고 했다.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국 사람들도 필리핀으로, 태국으로 원정을 가지 않나”라며 “어차피 경찰도 안 온다”고 답했다.

집결지 해산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등은 올해를 변화의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업소를 철거하는 데서 끝나면 안된다는 것이다. 수원시민행동은 “경찰의 강력한 단속을 기반으로 시민과 관계 기관이 함께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 중이다. 앞서 경기일보가 선례(先例)로 제시했던 전주 선미촌 역시 지자체ㆍ경찰ㆍ시민단체가 협의하는 기구를 통해 성과를 냈다. 경찰이 단속을 벌이면 지자체는 자활 지원에 나섰고, 시민단체는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도 달라질 수 있을지, 관계 기관의 노력에 달렸다.


[인터뷰 : 완전한 해산으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 협의와 자립]
 

▶이상희 수원시 수원역가로정비추진단장 “협의(協議), 불필요한 갈등보다 원만한 해결”

수원시에서 성매매 집결지 관련 사안을 총괄하는 부서는 수원역가로정비추진단이다. 사무실도 집결지 내에 마련돼 있다.

이상희 단장은 ‘협의’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생존권 문제를 비롯해 예민한 사안이 대두될 수 있는 만큼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하기 보다는 원만한 협의를 통해 문제 해결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수원시민의 오랜 숙원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방도로 개설 사업으로 일부 업소들이 철거되고 나면 문화예술 및 여성인권사업 등이 진행될 거점 공간이 마련될 전망이다. 인권이 유린된 현장과 기록을 보존, 미래 세대에 경각심을 주겠다는 취지로 ‘성매매 집결지 기록사업’도 추진한다. 이상희 단장과 수원역가로정비추진단은 철거 전 이주 단계부터 영업주, 종사자 등을 만나 기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영옥 수원시의회 의원 “자립(自立), 시설 철거에서 나아가 영구한 해결에 초점”

수원시의회 최영옥 의원(더불어민주당, 원천ㆍ영통1동)은 성매매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여성인권지원 특별위원회 위원장, 수원여성의전화 회장 등의 이력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영옥 의원은 ‘자립’을 강조했다. 시설만 철거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영옥 의원은 “종사자들을 집결지에서 영구히 벗어나게 하려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수원시는 물론 경기도에도 탈성매매 자활을 지원하는 조례가 마련돼 있으니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여성 인권이 유린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자활과 회복에 방향성이 맞춰지길 바란다”며 “성매매가 없는 수원시, 나아가 그런 경기도가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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