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기정미소’ 등 일제강점기 역사 근대건축자산 철거

16일 인천 중구 유동의 주명기정미소 부속건물 철거 현장에서 한 주민이 주명기정미소 부속건물이 있던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강우진기자
16일 인천 중구 유동의 주명기정미소 부속건물 철거 현장에서 한 주민이 주명기정미소 부속건물이 있던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강우진기자

인천 중구의 일제강점기 역사를 간직한 근대건축자산 ‘주명기정미소 부속건물’이 철거됐다. 인천시가 지정한 근대건축자산이 수년전부터 잇따라 사라지는데도 시는 개인 소유라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16일 시와 구 등에 따르면 주명기정미소 자리 토지소유주는 지난 2일 유동 18의4 일대에 있는 정미소 부속건물을 철거했다. 지난 1929년에 건립한 주명기정미소는 인천의 대표적인 산업인 정미업을 상징하는 곳으로 시가 지난 2019년 기초조사 등을 벌여 근대건축자산으로 등록했다. 이 건물은 최근까지 한 교회가 교육관 등으로 사용해왔다. 토지소유주는 이 자리에 대규모 요양병원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제시대의 정미소는 대부분 일본인이 운영했지만, 주명기정미소는 조선인이 운영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실내건축과 교수는 “주명기정미소는 그동안 사라졌던 정미소와 달리 조선인이 운영했다는 점에서 더욱 희귀하고 역사 가치가 있다”고 했다.

시는 주명기정미소 철거에 대해 전문가의 자문 등을 받아 주명기정미소가 있던 곳임을 알릴 수 있도록 표지석 등의 기록을 남길 것을 권장했다. 사실상 철거에 동의를 한 셈이다.

이를 두고 지역 안팎에서는 시가 근대건축자산이 사라지는 것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인천에는 492개의 근대건축자산이 있으며, 이중 161개가 개인 소유지에 있다. 이미 지난 2016년부터 주명기정미소 인근에 있던 송주옥을 비롯해 조일양조장, 동방극장, 애경 비누공장, 동구 신일철공소, 오쿠다정미소 등이 계속 개발 논리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이런데도 시는 개인소유 근대건축자산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보존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은 “시가 소유주에게 금전적 지원 등 적절한 지원책을 만들어 근대건축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관련법이나 규정 상 개인 소유 근대건축자산의 철거를 막고 보존할 뾰쪽한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근대건축자산 보존을 위해 지난 1월부터 관련 용역을 추진 중”이라며 “국토교통부와 적극 소통해 근대건축자산을 보존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강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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