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말로만 ‘디지털퍼스트’

최원재 정치부장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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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22일은 정보통신의 날. 고종 21년(1884) 우정국 설치를 기념해 정했단다. 4차산업혁명의 진행 물결로 정보화의 바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급속히 발전하는 정보화 바람(?)에 기업마다 ‘디지털퍼스트’를 외치고 있다. 이렇듯 기업들이 디지털퍼스트를 모토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세대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날로그 근무 방식에 길든 기업의 임원들과 중간 관리자는 디지털 기기와 각종 애플리케이션 활용에 능한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 직원들에 의지하면서도 자신은 최첨단을 걷고 있다고 포장하는 형국이다. 기업마다 업무 효율성을 위해 도입된 디지털 전략이 가욋일이 되고 갈 길 모르는 임원들은 점차 멀티형 사원이 되기만을 요구하고 있다. 방향은 설정하지 못하고 콘텐츠와 플랫폼만을 바꾸라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사원들은 디지털 피로감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말로만 ‘디지털’ 알고 보면 스티브 ‘짭스병’에 걸린 상사가 대부분이다. ‘짭스병’은 애플의 전설적 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행동을 어설프게 따라 하는 상사를 비꼬는 말이다. 한 온라인 업체가 사무실 이전을 위해 상권 분석 등 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결국 최종 결정에서 경영진이 풍수지리를 보고 새로운 사무실을 결정했단다. ▲국내 중견 건설사에 다니는 한 직원은 전자결재 시스템이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임원들은 여전히 ‘인쇄 보고’ 없이는 결재를 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다. ▲한 에너지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페이퍼리스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회사에서 지급한 태블릿PC를 들고 회의에 참석하자 임원진에게 핀잔을 들었단다.

고종이 우정국 설치를 명한 지 140여 년이 지난 오늘 우리 회사의 디지털퍼스트는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최원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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