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저성장 속의 지역 불균형과 MZ세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제1야당은 대구 출생 30대 청년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나라의 미래에 대한 기성세대의 불안에다 고실업-저고용으로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야 하는 MZ세대의 분노가 작용한 듯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4년 경제성장률이 반 토막 났고,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도 폭락했다. 경기와 충청은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덜 했지만, 부산과 대구 등은 대폭 하락했다. 1인당 지역총소득(GRI)도 격차가 벌어졌다. 2000년 대구, 인천, 광주, 부산은 모두 전체 평균과의 격차가 77% 정도로 비슷했는데 2019년 인천과 광주는 격차를 좁혔지만, 대구는 74%로 벌어졌다.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과 규제강화정책이 중소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비중이 큰 지방 대도시에 타격이 더 컸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딜로이트에 의하면 제조업 경쟁력이 한국은 2010년 3위에서 2020년에 6위로 추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에 의하면 한국은 규제가 많기로 회원국 중에서 최상위권이고, 서비스업 규제는 제조업보다 4배 많다.

저성장 속에서 지역 간 불균형이 커지면서 청년의 수도권으로의 이동이 대폭 늘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지역 인구이동 분석(2020)에 의하면 2019년 기준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비중은 50:50이었지만 2030대의 비중은 54:46으로 벌어졌다. 19~34세 인구의 수도권 순 이동률(전출인구 대비 전입인구 비율)은 저성장-저소득지역일수록 높았다. 청년이 비수도권 지역을 떠난 핵심 원인은 일자리에 있다. 청년 고용률은 2020년 1분기 기준으로 수도권은 전국 평균(42.6%)보다 높았다. 일자리의 질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보였다. 한국고용정보원(2019)이 소득·학력·숙련에 따른 일자리 질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17개 광역시·도에서 서울과 대전은 일자리의 질이 높고 반면, 비수도권은 낮고 경기는 중간 정도였다. 또 252개 시군구에서 일자리의 질이 높은 32개 지역은 수도권에 집중했고 반면, 일자리의 질이 낮은 54개 지역은 비수도권이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지역 간 불균형 해소는 국가의 핵심 과제로, 지방분권은 불균형 해소의 핵심 수단이 됐다. 역대 정부의 균형발전은 한편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 지방에 재정지원을 우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 간 불균형이 지속하면서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역설이 발생했다. 주된 이유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정치적으로 이용돼 규제와 지원이 남용 및 오용되고, 지방분권은 지역의 이익집단과 정치권의 담합을 키우도록 변질한 데 있다. 이 문제는 문 정권에서 악화됐다. 가보지 못한 길을 간다며 지방분권 시대를 선언했지만, 국가균형발전을 노골적으로 정치에 이용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분권을 빌미로 개헌을 추진한다며 갑자기 1천만명 관제 서명운동을 벌였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는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우며 공공투자사업의 경제성을 검증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대거 면제했다.

지방분권으로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조건이 있다. 다른 나라도 정부가 혁신적이지 못하고 책무성이 없으면 지방분권은 지역을 침체의 늪에 빠뜨렸다. 그 피해는 지방의 청년층이 컸다. 정치가 포퓰리즘에 빠지고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제도가 변질하면서 정부는 혁신을 외면하고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균형발전은 정치인의 달콤한 말이 아니라 제도의 개혁에 달렸다. 내년에는 대통령선거뿐 아니라 지방선거도 있다. 국민의 자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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