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토종 거북이 씨 말리는 외래종 거북이/저수지 지키는 안산시 행정 고대한다

1970년대, 황소개구리는 논바닥의 ‘노다지’였다. 부자로 만들어 줄 효자였다. 그 선동에 언론이 있었음도 사실이다. 결국, 생태계엔 재앙이 됐다. 천적 없는 포식자였다. 배스ㆍ블루길도 그랬다. 개체 수가 늘면서 토종 붕어가 위협받게 됐다. 뒤늦게 대책이 나왔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없애지도 못했다. 배스ㆍ블루길 퇴치는 이제 포기한 상태다. 블루베리혹파리·갈색날개매미충·미국선녀벌레 등 외래 해충이 다 그렇다.

외래생물의 위협은 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준다. 그 구체적인 측정치는 우리보다 외국에 많다. 유럽산 홍합은 미국에 들어와 호소(湖沼) 생태계를 교란했다. 피해액이 1989년부터 2000년까지 7억5천만~10억달러였다. 미국 너구리가 2009년 일본을 초토화했다. 전국적으로 2억8천만엔의 농가 피해를 냈다. 이탈리아는 외래 뉴트리아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치른 ‘전쟁’에 2천600유로가 들어갔다.

안산 화랑유원지 내 저수지가 그런 위험에 처해 있다.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 거북 개체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안산갈대습지관리사무소가 지난 10일과 15일 2차례 화랑유원지 내 저수지에서 조사했다. 붉은귀거북 등 외래거북 6마리, 외래종 거북 둥지 25개, 알 320여개를 수거했다. 외래종 거북은 원래 안산 갈대 습지에서 서식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최근 화랑유원지 내 저수지 곳곳에서까지 발견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저수지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 토종 거북인 남생이가 있다. 다 사라질 수 있다. 위협의 출발은 월등한 붉은귀거북의 생존력이다. 미국 뉴멕시코주 등지에서 서식하던 종이다. 연못이나 개울 등 비교적 흐름이 약한 호수나 작은 웅덩이 등지가 서식지다. 기본적으로 천적이 없다. 3~4급수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토종 남생이는 살 수 없는 환경이다. 토종보다 광활한 서식지를 잠식하며 생태계를 위협한다.

‘침략 외래종’에 대한 대책은 많다. 법으로 정해진 규제도 있다. 붉은귀거북도 그 대상으로 수입이 금지됐다. 하지만, 이 대책으로 모든 게 완성되는 건 아니다. 이미 생태계를 파고든 현장의 복원, 일상 속에 이뤄지는 방생 등 전파 차단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는 고스란히 남는다. 우리는 이 대책을 지자체에 기대한다. 전문가 조사, 인위적 퇴치 작업, 계몽 활동 전개 등을 안산시가 추진하기 바란다. 환경은 곧 미래 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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