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부동산 시장 한파에…관련업계 ‘울상’

“이삿짐을 싸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짐을 싸서 나가야 할 지경입니다.”

안산에서 20년 넘게 이삿짐센터를 운영 중인 A씨(52)는 오늘도 사무실에 앉아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손 없는 날’ 이사를 선점하기 위해 2~3달 전부터도 예약을 하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손 없는 날에도 허탕을 치기가 일쑤다.

여름에는 이삿짐센터의 비성수기이긴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달에 10건씩은 예약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7~8월에는 고작 6건만 예약된 상황이다. A씨(52)는 “손 없는 날은 고객이 많아 예약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손님 없는 날’로 바뀌었다”면서 “가을 성수기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이삿짐이 아니라 우리가 짐을 싸야 할 판”이라고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이사 자체가 줄면서 이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인테리어 업계도 일감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수원에서 인테리어 사무실을 운영하는 B씨(43)는 최근 들어 고객들의 문의 자체가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사와 함께 인테리어 수요 자체가 크게 감소하면서, 업체들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견적 비용을 낮추기도 하는 등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지난 달부터는 아예 견적 문의까지 끊겨 이제는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기지역 부동산 시장에 역대급 한파(경기일보 7월6일자 8면)가 몰아치며 부동산 관련 업종들이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부동산 거래절벽이 가속화되면서 앞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시장의 한파는 전반적인 경제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경기부동산포털에 부동산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지역의 아파트 전ㆍ월세 거래량은 1만2천784건으로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 역시 8천583건으로 2019년 4월(7천968건)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적은 거래가 이뤄졌다.

이와 관련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업종이 100가지가 넘고 종사자수도 많아 부동산 거래절벽은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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