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불편한 올림픽 똥물 보도, 편안한 아사히 신문 사설

증오에 찬 反日 보도 광풍... 심각한 오보, 작정한 왜곡...‘일본인 반성’ 日사설 평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개막 전부터 끓어올랐다. 문재인-스가 회동이 무산됐다. 책임 소재는 중요치 않았다. 국민이 받은 실망감이 컸다. 일본 외교관 막말이 터졌다. 우리 대통령을 향한 말이었다. 국민에 안긴 분노가 컸다. 이순신 장군 현수막까지 충돌했다. 선수촌에 내 건 ‘신에게는 아직…’다. 일본 항의로 철거해야 했다. 이 문제엔 북한까지 가세했다. 일본 요구를 ‘불망나니 짓’이라며 비난했다. 갑자기 든든해진 민족애(?)다.

그리고 개막식이다. 우리 보도가 예상대로였다. 비판 기사로 도배됐다. ‘장례식 같아서 보기 힘들었다’ ‘역대 올림픽 최악의 개막식이었다’ ‘전문가들 혹평 “감동 약해 아쉽다”’…. 갑자기 일본 사람 하나가 유명해졌다.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 기타노 다케시(北野武·74)다. 개막식이 창피했다고 혹평했다. “세금을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언론이 좋은 근거로 써먹었다. ‘일본 영화 거장조차 혹평’이라는 결론이었다.

반일 보도는 계속 이어졌다. 대회 초반 부진한 성적이 한몫했다. 태권도와 유도, 탁구가 다 그렇다. 금 몇 개 나올 때가 지났다. 그런데 없다. 태권도는 20년만에 노골드다. 유도는 아직 결승전 구경도 못했다. 이쯤 되니 언론에 먹거리가 필요했다. 그게 반일(反日)로 채워지는 거다. 아닌가. 비난 안 해도 될 일인데, 그걸 비난한다. 한 번 비난해도 될 일인데, 며칠씩 우려먹는다. 금메달과 뒷얘기 넘쳤으면 안 아랬을 거다. 

그 정점이 ‘똥물’ 보도다. 표현부터 부적절하다. 통상 ‘X’로 표기한다. 예였다면 ‘X물’이라 써야 했다. 그런데 대놓고 ‘똥물’이라 썼다. 기자 생활 30년인데도 쓰기가 거북스럽다. 이런 표현을 막 써대고 있다. 경기 후 탈진한 트라이애슬론 선수들 사진을 실었다. 그 옆에 ‘똥물 속 트라이애슬론’이라 썼다. 누가 봐도 똥물 먹고 쓰러진 선수처럼 됐다. 아예 ‘똥물 올림픽’이라고 쓴 기사도 있다. 유튜브 아니라 언론인데 이런다.

억지도 많다. 경기장은 오다이바 해변 공원이다. 평소 오수가 흘러드는 곳 맞다. 기준치 넘는 수질 문제가 늘 있다. 하지만, 경기 당일에는 달랐다. 수질과 수온 모두 기준치에 적합했다. 선수들이 먹은 물은 똥물이 아니었다. 인용되는 외신이 주로 블룸버그 통신과 폭스스포츠 보도다. 경기장 수질을 우려한 보도 맞다. 하지만, 그건 개막식(23일) 이전인 14일과 19일 보도다. 당일 얘기가 아니다. 오보다. 왜곡이거나.

저런 기사들 하나하나가 참으로 읽기 불편하다. 화끈거림을 감출 수 없다. 이런 때, 이 불편함을 가셔주는 사설이 있다. 한국 사설이 아니라 일본 사설이다.

아사히(朝日) 신문의 27일자 사설(私說)이다. ‘산업혁명유산, 약속 지켜 전시 고쳐라’. 군함도(일본명 하시마(端島)) 얘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2015년에 등재됐다. 추진 당시 우리 항의가 있었다. 인권 착취에 대한 미화 우려다. 일본도 인정했다. 희생자를 기리는 조치를 약속했다. 막상 등재되자 이걸 안 하고 있다. 사설은 이 약속을 지키라고 권고하고 있다. “조선인 등 희생자를 기리겠다던 약속을 지키라”고 말한다.

또 있다. 이 신문의 4월7일자 사설이다. ‘일본의 정의를 묻고 또 묻는다.’ 조선인 태평양전쟁 전범 이학래 옹 얘기다. 그의 별세에 즈음한 사설이다. 전남 출신인 그는 귀국하지 못했다. 친일파라는 낙인 때문이었다. 일본에 남았지만 역시 이방인이었다. 60년간의 보상 요구를 일본 정부가 외면했다. 신문은 일본인의 통렬한 반성을 강조했다. “정치의, 그리고 그 정치의 부작위를 못 본체한 국민의 책임을 묻는다”고 말한다.

저런 사설이 우리에겐 없다. 누군가 썼다면 토착왜구가 됐을거다. ‘최악 도쿄 올림픽’ ‘똥물 속 경기’ ‘불망나니 짓’…. 올림픽은 열흘 남았고, 반일 기사는 계속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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