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코로나까지”… 고사 위기 몰린 道 소아과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황의 그림자가 의료계 곳곳에 드리운 가운데 저출산으로 어려움을 겪은 소아청소년과의원이 직격탄을 맞았다.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으로 인해 감염성 질환이 크게 줄어 병원을 찾는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1일 통계청의 ‘경기도 시군구별 표시과목별 의원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경기도 소아청소년과의원은 662곳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687곳에서 지난해 15곳으로 줄어들더니, 올해 10곳이 더 폐원하면서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도내 소아청소년과의원은 저출산 기조가 지속되면서 경영난을 호소해왔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개인위생까지 높아지면서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자 곧 폐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원시 탑동에서 25년째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운영하는 A 원장(58)은 병원을 운영하는 데 있어 극심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개원 초반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150명이 내원해 진료했지만, 2010년대에 90명으로 줄어들더니, 현재는 일평균 30명으로 반토막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감기, 수족구병, 노로바이러스 등 여름철을 대표하는 감염병으로 내원하는 환자까지 줄어 ‘코로나의 역설’에 걸려든 상황이다.

A씨는 “언제 잡힐지 모르는 코로나19로 소아청소년과의 존폐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라며 “경영난을 버텨내지 못해 폐원하는 의원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평택시 비전동에서 소아·청소년을 진료하는 B 전문의(42)도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로부터 ‘손은 많이 가고, 수익 없는’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하는 전공의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매년 접하고 있다”면서 “소아청소년과는 없어져서는 안 될 중요한 진료 종목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의사들을 구제해 줄 수 있는 정책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푸념했다.

경기도 의료계는 고질적인 저출산, 저수가, 코로나19 사태로 고사 위기에 놓인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긴급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훈 수원시의사회 회장(51)은 “지난해 수원시 소아청소년과의원은 48곳이었지만, 지금은 41곳만이 진료를 하고 있다. 시 인구(118만4천210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며 “많은 부분이 개선돼야 하지만, 먼저 민간 의료로 분류되는 소아청소년과를 국가에서 공공의료로 일정 부문 전환시켜줘야 한다. 이를 통해 어려움을 겪는 소아청소년과의원들이 보장된 의료 환경 속에서 전멸하지 않고 계속 진료를 해나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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