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철 칼럼] 장년노조가 변해야 하는 이유
[정재철 칼럼] 장년노조가 변해야 하는 이유
  • 정재철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webmaster@kyeonggi.com
  • 입력   2021. 09. 06 오후 6: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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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활동이 자유로워진 지도 어언 35년이나 됐다. 나이로 따지면 청년기를 지나 장년기에 들어섰고 머지않아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게 된다. 노조도 나이를 먹고 성숙해지면 체면도 차리고 남도 배려할 줄 아는 행동을 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기업 노조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노조가 허용되면서 근로자들은 개개인이 기업가와 1대 1로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기업가와 1대 1로 상대하게 됨으로써 사측과 대등한 지위를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다른 한편으로 대기업 노조들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극단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는 파업을 매년 연례행사처럼 벌임으로써 우리의 사회 경제에 많은 희생과 수업료를 지불하도록 했다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이다. 대기업 노조는 극도의 이기주의에 빠져 파업이라는 무기를 최대한 활용, 사측은 노사간의 협상에서 100전 100패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여북하면 그들 대기업 노조들을 일컬어 귀족노조니 황제노조라고 하는 말까지 붙여지고 있는 데다가 각종 비위와 부조리까지 저지르고 있어 질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시 가장 커다란 희생을 당한 기업들은 바로 이들 대기업이었다. 파산이라는 회오리바람 속에서 엄청난 구조조정을 당한 기업들이 특히 이들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들과 연관된 많은 중소기업도 따라서 피해를 입었다. 그 후유증으로 우리 경제는 아직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대기업 노조는 여전히 변함없이 이익 극대화에 몰입하고 있다는 감이 들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제 장년기에 들어선 노조가 변하지 않고는 한국경제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폐쇄된 경제사회에서는 노조가 자기들의 이익만을 챙기고자 극단적인 행동도 불사할 수 있지만 세계화 시대라고 하는 무한경쟁시대에는 그렇게 해서 이익을 챙길 수 없다. 그렇게 하다간 경쟁에서 낙오되기 십상이다. 극단적인 노동운동이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음은 물론 뼈아픈 엄청난 구조조정을 당하는 계기가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의 경쟁상대인 미국이나 일본의 노조활동이 유연해진 지 이미 오래며 중국은 노조활동이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오늘날 특히 독과점적인 대기업들은 생산의 우회도가 크기 때문에 노조의 파업이나 임금인상이 자기들 기업의 경영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수백개의 관련기업들에게 직접 및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결코 자기이익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딸린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확보돼야 자기들의 경쟁력도 커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결코 독불장군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대기업 노조들은 관련 중소기업들의 처지도 배려해 상생의 길을 걷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 중소기업들의 죽음 위에 대기업들만이 존립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셋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가 너무 커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넷째, 우리의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은 과거에 비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개선됐다. 주 2일 휴무제, 주 52시간 근무제에다 의료보험, 실업보상제도, 국민연금 등 각종사회보장도 과거에 비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이런 제도들이 확립되지 않았을 때의 노조와 현재의 노조는 분명 달라져야 마땅하다. 자동차회사의 생산직 연봉이 1억원이라는데 28년을 유지해온 한 부품회사의 대표는 더 이상 견디다 못해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면서 매각하려 해도 원매자가 없다고 푸념하는 것을 듣고는 마음이 씁쓸했다. 정녕 우리의 대기업 노조는 변할 수 없는 것일까?

정재철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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